『 대륙의 겨울바람(상해-장가계-소주-항주 』 - (1)
<콰이콰이(快快-빨리빨리)>
1월 28일(金) 오전 11시, 대구국제공항에 우리 여행팀 22명이 모여서 설레는 맘으로 출국수속을 받았다.
멀리 인천까지 가지 않고도 해외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대구에 사는 나에게는 시간과 경비 특히 쓸데없는 수고까지 줄여주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동방항공(東方航空),
출발부터 늦었지만 중국의 동방항공 민항기는 한시간 십 여분만에 우리를 상해의 푸동(浦東)국제공항에 내려놓았다.
얼굴이 통통한 교포3세의 현지 가이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들의 시간개념은 군대(軍隊)에서 보내는 만큼이나 답답하고 느리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여행일정이 너무 빡빡하게 짜여진 관계로 정신없이 돌아갔다. 대구에서 출발 비행기가 삼 십분 정도 늦어지고 임시정부청사까지 이동하는 상해의 교통정체가 우리의 발목을 잡는 바람에 첫날부터 콰이, 콰이(快-빨리)를 연발했다.
<상해 임시정부청사>
푸동국제공항을 벗어난 버스는 잘 닦여진 고속도로를 달렸다.
주위는 온통 제주도를 연상할 만큼 아열대림이 잘 가꿔져있었다. 회색의 추운 겨울에 익숙하던 우리는 여름의 신록을 보는 기분과 이국의 정취에 빠져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 차창 밖으로만 시선을 두고 지나가는 풍경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다.
한참 달리던 버스는 제철공장을 옆으로 아치교 하나를 넘었다. 가이드는 이 다리가 무슨 큰 특징이 있는 듯 설명을 했지만 나는 저 멀리 보이는 안개 속의 도시만 바라보면서 대구에 있는 정리되지 않은 공단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한참을 달려 내가 상상하던 그런 중국같은 꾀죄죄한 거리가 우리를 맞았다.
사람 사는 곳이란 어디든 그렇지만 이렇게 지저분한 사람냄새를 풍기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면에서 중국은 일본보다 더 인간적인 정감이 간다. 이곳이 푸서(浦西) 지역으로 원래 상해의 중심이었단다. 버스는 우리를 업고 재주를 부리듯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더니 마당로(馬堂路)라는 곳에 정차하였다. 붐비는 거리를 무단 횡단하여 찾아간 곳이 골목 안 임시정부청사였다.
망국의 정부 그것도 객지에 세웠다는 데 으리으리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골목길 한 편에 숨어있는 초라한 붉은 벽돌 집 방 몇 칸이 고작이었다. 일본 밀정의 손아귀를 피해 이리저리 떠돌다보니 상해에 임시정부청사가 셋이었단다. 그런데 최근에 재개발로 둘은 헐리고 마지막 남은 하나를 우리 정부가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매입을 했단다. 물론 그 후로도 많은 돈을 들여 말끔하게 단장을 한 곳이 현재 건물이다. 앞으로 상해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이라면 무슨 의무감처럼 이곳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이 정리되고 가꿔질 것이다.
청사의 관람은 코스가 정해져 있었다. 먼저 10여분간 비디오 상영을 관람하고 다음 관람객이 들어오면 자리를 비워주고 이층으로 올라가 망명객들이 쓰던 여러 가지의 집기들을 관람하는 것이 다였다. 그런데 비디오를 보는 방은 좁고 화장실 냄새가 코를 찔렀으며 마치 그 옛날 영화관에서 대한늬우스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부족한 우리는 느긋하게 그 비디오조차 끝까지 볼 여유가 없었다.
서둘러 내려오니까 성금을 거두고 있었다. 이것이 과연 어디에 쓰이는 지도 모르고 방명록에 우리 학교의 이름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만원을 헌금했다.
바쁜 일정, 그저 남들 꽁무니만을 졸졸 따라 삼층건물을 올라갔다가 내려올 뿐이었다. 서둘러 인접한 방들을 주마간산(走馬看山)격으로 둘러보고 '콰이콰이'라며 버스에 다시 오르고 말았다.
상해의 인구 2천만, 교통체증은 대단했다.
퇴근 무렵의 도로라 그런지 차창 너머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
중국 전체 13억 인구,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이 뭐 하나둘 일까마는 자전거 보유도 세계 1등이란다. 그렇지만 올림픽에서 자전거 경주의 금메달은 한번도 딴 적이 없다는 가이드의 농을 듣고 웃음이 절로 나왔다.
장가계로 가는 비행기시간을 맞춰 겨우 홍교공항(국내선 공항)까지 갈 수 있었다.
대구에서 상해까지 대개 1000Km 조금 넘지만 상해서 장가계까지는 1300Km가 넘으니 중국이란 나라 땅덩어리가 얼마나 넓은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