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사키 』
『 나가사키 』
온달 金 義淳
항구,
아프게 울던 일도
떠나면 잊혀지는가?
오늘,
바람을 안고 부끄러운 비가 내린다.
하늘을 가로질러 눈이 내린다.
허공에서 보태지며 진눈깨비가 된다.
왜 비가 비스듬히 뿌려지는지
왜 눈이 진눈깨비가 되는지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시는 차마 입을 다문다.
이미 지나간 바람은
녹아버린 눈(雪)처럼
속절없이 잊혀져야한다.
네가 어제를 잊었듯이
나도 오늘을 잊고 싶다.
죽어서도 잊고
살아서도 잊고.
사람들이 한 모든 짓들은 잊혀져야한다.
그리하여 텅 빈 바람을 뚫고
모두들 바다로 나가면
항구에 남은 살가운 기운마저 덮고
우리가 기억하는 만큼의 능청을 떨어야한다.
그리고 습성처럼
조용히
그저 태풍이 할퀴고 간 바다가 그런 양
때를 기다리며
입을 다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