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 것 아닌 걸 가지고 』
중국 송 나라 때 '진요자'라는 활을 잘 쏘는 사람이 살았다.
명궁이라고 온 나라에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그를 우러러보자 진요자는 자신의 활 솜씨에 우쭐해져 있었다.
하루는 진요자가 집 가까운 궁터에서 활을 쏘고 있는데 어떤 기름장수 노인이 지나다 구경을 하였다.
그리고는 화살이 십중팔구는 과녁을 맞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진요자는 노인이 자신에게 감탄하는 줄 알고 자랑삼아 자기의 활 쏘는 솜씨가 어떤가를 물었다. 그러자 그 노인은 뜻밖의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별 게 아니지요. 그저 손에 익었을 뿐입니다."
아니 이럴 수가 있는가.
지금껏 자신을 이렇게 대수롭잖게 평하는 사람은 처음이라 진요자는 화가 났다.
"당신은 활을 쏠 줄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을 하찮게 평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자 그 노인은,
"내가 지금껏 기름을 따르는 경험을 통해 세상 이치를 조금은 알지요."
하면서 어깨에 둘러맨 기름통을 내려서는 조그만 호로병 주둥이에 구멍 뚫린 동전을 얻고 그 조그만 동전 구멍 사이로 기름을 따르는데 동전의 구멍에는 조금의 기름도 묻지 않았다.
그리고는 탄복하는 진요자에게 다시 말을 이어,
"별 게 아니지요. 그저 오래 하다보니 다만 손에 익었을 뿐이라오."
하는 것이었다.
옛날에는 자동차 운전이란 것은 아주 어렵고 남자들이나 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거리에서 운전자들을 살펴보면 여자와 남자가 비슷한 비율이고 출퇴근 시간을 지나 오전에는 오히려 여자들이 많다. 그만큼 운전하는 것이 단순노동으로 숙련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엊그제 버스에서 있었던 일이다.
버스 운전기사가 서툴러서 그런지 아니면 버스 자체가 그런지 출발도 정지도 부드럽지 못하고 울컥거렸다. 그러자 어떤 아줌마가 운전기사를 세차게 나무랐다.
"운전 좀 똑바로 못해. 이거 영 초보잖아."
하면서 말끝에는 듣기가 좀 거북한 욕지거리를 섞어서 씩씩거렸다.
그러자 운전기사양반 거창하게 큰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당신이 해 봐라. 이게 어디 쉬운 줄 아나?"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운전사의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억센 경상도 사투리의 아줌마는,
"나온나 내가 하께."
하는 것이다.
운전석 자리를 비키라는 것이었다.
옛날 같으면 운전기사가 '해 봐라'고 했을 때 거저 기가 팍 죽어 쑥 들어갔을 아줌마였는데 이건 오히려 비키라는 말에 놀란 운전기사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기가 죽어」있었다.
그냥 '운전수' 하면 될 것을 조그만 재주를 가지고 얼마나 우쭐댔으면 '운전기사'에다가 '양반'까지 붙여서 치켜세워 주었겠는가?
그러나 이제 재고 뻐기던 '운전기사양반'의 시대는 지났다.
핸들 잡았다고 너무 뻐기지 말고「운전기사」도 제 자리를 찾아 과거의 「운전수」로 돌아가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정성을 쏟을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