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웃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
『 웬 수 』
일흔너머
2008. 5. 7. 15:34
부부는 헤어지면 남남이 되는 것이 아니라 원수가 된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어느 여선생님 한 분이 지갑에다 항상 남편의 사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다니기에,
"보기 좋습니다. 부부의 사랑이 무척 두터운가 봅니다."
하며 넌지시 그 까닭을 물었다.
그랬더니
"사랑이라고요? 하하하."
하며 오히려 비웃는 듯한 대답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뜻밖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며칠 간 여행을 다니다가 외롭고 집생각이 나면 지갑을 열고 남편 사진을 꺼내 본단다.
그러면 집에 가고픈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진단다.
남편도 물론 자기 사진을 꼭 가지고 다닌단다.
"아, 남편 되는 분은 선생님을 사랑하시는군요?"
"아뇨."
"그럼 어떻게……?"
"아, 사진 가지고 다니는 것 말입니까. 사진 가지고 다닌다고 다 사랑하는 것 아닙니다.
그건 술집에서 웨이터에게 보여주고 이런 얼굴만 빼고 아무 여자나 괜찮다고 얘기할 때 쓴답니다."
"? ……"
농인지 진담인지 모르지만 함께 여행을 하며 나눈 이야기인데
내가슴 어느 한 구석에 이상한 앙금이 가라앉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