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파라솔
절벽 위에서/원성스님
일흔너머
2008. 5. 22. 08:00
원성스님
산모퉁이 오솔길따라 내 즐겨 가던 큰 바위 절벽
꺾어 내리지른 계곡 밑줄기 시작되는 마을의 불빛은
시내로 이어지고 지상의 은하수처럼 끝없이 펼쳐지는
무수한 창가에선 아웅다웅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삶이 녹아 타오르고 잇다. 하루를 또 그렇게 보낸
이들이 내일이라는 전쟁을 기다린 조바심에 못 이겨
바보상자에 넋을 잃어버린 가련한 사람들.
코끝이 시큰한 찬 공기가 몸을 이끌어 나를 바라보면
자연이 내게 준 허허로운 자유로움이 괜스레 고맙다.
하늘과 땅의 중턱에서 땅을 바라보는 마음이기에
버리고 던져 버려 그로 인해 여기 설 수 있었던
하늘을 담고자 하는 나의 가슴이 있기에 그들을 안고 싶다.
세상의 끝에 다다른 절벽의 아찔함으로 내가 등진
세상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