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파라솔

무심한 도끼질

일흔너머 2008. 6. 3. 09:06

 

 

     옛날 어떤 수좌 한 사람이 선(禪)의 본체를 잡으려고 무척 애를 썼다.

     선의 본체는 무심(無心)이다.

     무심만 잡히면 선의 본체가 파악된다고 생각한 수좌는 어느날 장작을 패다가

     '무심'이 바로 눈앞 나뭇가지 위에 앉아 알랑거리는 꼴을 발견했다.

     그래서 수좌는 장작을 패는 척하면서 무심의 거동을 살폈다.

     그러다가 영락없이 무심이란 놈을 찍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얼른 도끼를 내던졌다.

     그러나 무심은 옆가지에 벌써 옮겨 앉아 손뼉을 치면서 웃고 있었다.

     수좌는 다시 도끼를 집어들고 한동안 장작을 패다가 이번엔 틀림없이 하며 더욱 날쌔게

     도끼를 던졌다.

     아아, 그러나 이번에도 실패였다.

     무심은 훨씬 앞질러 수좌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

     무심의 그같이 눈치 빠른 행동은 계속되어 수좌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게 되었다.

     아, 그런데 어느 순간 무심이 수좌의 도끼에 걸리고 말았다.

     수좌가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장작을 패고 있는 사이에 도끼 자루가 빠져서 무심의 정수리를 찍은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그야말로 수좌의 무심한 도끼질에 무심은 잡히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