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이 예쁘다는 것 』
중학교에서 2학년을 담임하던 때 이야기다.
요즘은 대부분 남녀공학이라 남학생이 스무 명 정도이고 여학생이 또 그 정도였다. 중학생들은 개인차가 심해서 큰 학생은 거의 어른에 가깝고 작은 학생은 아직 젖비린내가 나는 어린애다. 그런데 여학생은 대체로 성장이 빨라 제법 숙녀 티가 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이가 아직 어려서 여자라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겨우 다리만 나오고 꼬리도 떨어지지 않은 올챙이 녀석들이 개구리 흉내를 내듯 제법 숙녀흉내를 내려고 손톱에다 빨갛게 칠하고 아무리 나무라고 단속을 해도 머리에 물도 들이고 야단이다.
그런데 평소 말이 적고 얌전한 여학생 하나가 갑자기 공부는 하지 않고 손톱에다 색연필로 칠하고 학교만 오면 수업시간에 졸고 이상한 행동만 하여 내 눈에 띄게 되었다. 사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늙은 남자선생님의 눈에 띄었다는 것, 그것도 눈치가 발바닥인 내 눈에 띄었다는 것은 정말이지 운명이었다.
결국 평소에는 보지도 않던 그 여학생의 신상조사서를 상세히 보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스무 살에 어머니가 열여덟에 이 여학생을 낳은 것이었다. 여학생의 얼굴과 피부를 보면 엄마가 얼굴이 예쁘장하게 생겼을 것이라는 짐작이 갔다. 쉽게 얘기해서 그 아버지가 그 어머니의 외모에 빠져 연애를 하다보니 어떻게 양육을 할 것인가 또 어떻게 가정을 꾸리겠다는 미래를 생각할 여지없이 아이가 아이를 낳은 것이었다.
그리고 운명의 IMF시대가 그들을 갈라놓은 것이다. 부모는 돈을 번다고 어디 가고 아이는 할머니가 키웠는데 자신의 앞가림도 못하는 노인이 거저 사랑 하나로 키우다 보니 아이의 건강이나 학습이나 어디 하나 관리가 되는 것이 없었다. 도시사회는 이런 아이에게 보살핌보다 해코지가 많은 법이다.
이 아이가 태권도장에 다녔는데 그 사범이란 놈이 건드린 것이다. 철없는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다니면서 온갖 나쁜 짓을 한 것이다. 결국 가난만 대물림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부모보다 더 어린 나이에 남녀의 관계를 알게 된 것이다. 대체로 이런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이 거저 남자로 보이지 자신을 이끌어주고 가르쳐 주는 선생님으로 보일 리가 만무하였다. 결국 학교를 떠나 갔다.
얼굴이 예쁘다는 것,
그것을 지킬만한 앙칼진 소갈머리를 가지지 못했다면 그것은 불행의 시작인 것이다. 마치 어마어마한 보물을 지킬 창고도 감량도 없는 사람이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우리나라에 석유가 났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말한다. 하지만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과연 그 석유를 어떻게 지킬 수 있겠는가. 마치 이라크처럼 하루에도 몇 십 명씩 죽어나는 살벌한 전장이 되고 말 것이다.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우리나라 땅에서 석유가 펑펑 솟아나지 않아서 행복하다.
아니 다른 부존 자원이 없다는 것이 다행이다. 거저 똑똑한 민족이 입에 풀칠할 정도의 자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다행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철강제품이 우리나라와 경쟁이 되지 않는 것은 자국의 철광석을 꼭 써야만 하는 노동조합의 압력 탓이다. 우리야 세계 어느 나라의 철광석이든지 제일 좋은 것을 제일 싼 가격으로 들여와 제품을 만드니 경쟁력이 뛰어나게 된다.
나라 땅덩이가 작고 좁아서 다행이다. 중국 같은 넓은 나라는 생산한 물건을 옮기는 물류비용이 너무 엄청나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우리야 까짓 동서남북 어디를 가려고 해도 하룻길이다.
생각을 거꾸로 하면 못 생긴 것도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꼭 인물이 잘 나야 성공한다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인물이 못 생겨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 거저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서 결국 전문가가 되고 좋은 일자리를 가지게 되어 잘 났다고 일찍 연애질이나 해대던 부류들 보다 더 잘 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세상은 모두 잘나 보이려고 온갖 성형을 해대지만
인물이 예쁘다는 것,
인물이 못 났다는 것,
거저 한 순간의 지나가는 이야기지 인간이 가지는 영원한 가치거나 자산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