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 일등도 학원에 간다 』
학기초에 처음 학생들을 만나면 수업을 하기 전에 먼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지금 여기 있는 사람 중에 나와 함께 시내 중심가의 복잡한 거리를 걷다가 한 시간 정도 지나 그 길을 되돌아 가 보라고 하면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누구나 다 자기가 왔던 길을 기억하고 돌아 갈 것이다. 그러나 친구들과 어울려 이런저런 잡담을 하며 대충 대충 남을 따라 걸어온 사람은 돌아갈 길을 모르고 헤맬 것이다. 그러니 수업시간에는 다른 생각말고 선생님과 함께 웃고 함께 생각하며 모든 행동을 선생님과 함께 하자."
물론 이 말이 효과가 있어서 당장 버릇을 고치는 학생은 거의 없다. 여북 하면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했을까?
여전히 제 할 일 하며 건성건성 선생님 말을 들을 뿐이다. 마치 라디오를 틀어놓고 김을 매는 농부처럼 말이다. '내일 비가 온답니까? 방금 라디오에서 뭐라고 했습니까?'하고 물으면 모른다는 것이다. 라디오는 라디오대로 농부는 농부대로 할 일을 했을 뿐 일기예보는 스쳐지나가는 소음에 불과하다.
말이 났으니 이야기지만 수업을 열심히 듣는 학생이 구태여 학원에 갈 필요는 없다.
모든 교육학자들이 연구한 결과를 보면 예습의 효과는 엄청나서 복습을 하는 것보다 여남은 배는 된다고 한다. 자기가 집에서 내일 배울 곳을 미리 한번 읽고 의심이 나는 곳을 챙겨두었다가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면 거의 백퍼센트의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과후 학원에서 하는 복습의 효과는 미미하다.
거저 시간을 죽이는 꼴이 되고 만다.
실제 우리 반에 전교 일등 하는 학생이 학원에 가려고 하는 것을 말린 적이 있다.
너보다 공부 잘 하는 학생이 없는 데 뭐 하려고 학원에 가느냐 오히려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 되고 만다고 나무랐다.
그랬더니 그 학생의 대답은 거저 집에서 스스로 공부를 해도 되겠지만 마음이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학원에 가면 여럿 모여 있으니까 공부를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었다.
공부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학원을 가는 것이었다.
전교 일등이 이런데 나머지 다른 학생들은 어떻겠는가?
지금 학생들은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들에게 등 떠밀려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경쟁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전교 일등도 학원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