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너머 2008. 8. 23. 11:10

 

 
배기량이 1500CC 이하인 택시의 요금을 올리기 위해 88올림픽을 핑계로 외국인이 타게 될 것이라며 중형택시가 등장하였다. 물론 서비스의 질을 더 높이겠다는 핑계를 빠트리지 않았다. 구간요금도 일반택시보다 짧은 거리를 더 많은 요금으로 설정하여 처음에는 승객들의 거부보다 운전자들이 더 꺼렸다. 손님을 버스에게 더 많이 빼앗긴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택시회사들 입장에서는 수입이 좋았는지 야금야금 일반택시의 수를 줄이고 중형택시의 수를 늘여나갔다. 에너지 절약이 어쩌고 손님들 안전을 위해서 저쩌고 하다가도 업자들의 이익 앞에서는 꼼짝 못하는 것이 우리의 행정이다. 물론 승객들도 처음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자 차츰 익숙해져서 슬그머니 밀어붙이는 짓에 녹아 떨어지고 말았다. 지금은 중형 아닌 택시가 없지만 어쩌다 택시의 등에 「중형택시」라고 쓴 잔재가 아직도 남아있다.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1차 진료를 하고 더 큰 병일 경우에 2차 진료기관을 찾아야 하지만 좀 아프다 싶으면 대번에 3차 진료기관을 찾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큰 대학병원 같은 종합병원에서는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통로를 만들어놓고 기다린다. 응급실이나 아니면 가정의학과라는 곳을 통하면 아무 문제가 없도록 한 것이다.

 

그 뿐인가. 처음에는 원하는 의사를 정해서 진료하는 특진이란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특진 아닌 경우가 없다. 환자가 원해서 하는 것이 특진이고 원칙이라지만 지금은 모두 특진이고 오직 병원의 수입을 높이는 한 방편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종합병원에 가면 누구나 특진이다. 환자도 모르게 슬그머니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특진료는 누가 갖는지 모른다. 마치 이번 뉴스에서 떠드는 기증 받은 시신으로 의료용품을 만들어 팔고도 아무 법적 하자가 없다는 것과 꼭 같이 재주는 곰이 돈은 왕서방이 하는 꼴은 아닌지 모르겠다. 누가 안단 말인가. 의사가 그렇게 돈 밝힐 줄을. 의약분업을 한다고 난리를 칠 때 의사와 약사가 하나같이 입을 모아 환자를 위해서 해야한다고 했다.

 

지금 보면 그것은 고양이 쥐 생각하는 꼴이었다. 차라리 자신의 밥그릇이 작아질 것이 두려워 그렇게 머리 깎고 데모한다고 했으면 그래도 좀 덜 부끄러웠을 것이다. 그 전에도 그랬지만 의약분업이후 우리 나라에서 히포크라테스는 모두 그리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돈을 거머쥐려고 자취를 감췄다.

 

이제 어느 정도 조용하니 의약분업이 제자리를 잡아가는 줄 알지만 환자들 등치는 법이 굳어져가고 있을 뿐이다.

말없는 세월이 망각의 늪에 슬그머니 가두어 가고있는 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