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파라솔

연잎을 비비다/원성스님

일흔너머 2008. 9. 25. 11:30

 

원성스님

 

몇 달 전부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도

대낮부터 시작했는데 밤이 깊어도

 

연등이 되기까지 손길은 끝도 없어라

 

잘 갠 하얀 풀을 손에 얹어

조금씩 손끝에 묻혀 연잎을 비빕니다.

 

노을빛 손가락은 붉게 물들어도

내 마음은 이미 밤하늘에 연등을 켜지요.

하루 종일 연잎을 비비다 지쳐 잠이 들어도

꿈속에서 내 마음의 연꽃을 피워봅니다.

 

아직 숙제도 안 했는데

내일도 학교를 가야 하는데

난 연잎 비비는 게 좋아.

난 연잎 비비는 게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