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웃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

『 선생님의 작은 꿈 』

일흔너머 2008. 11. 20. 11:25

 

 [ 온달이 청춘을 불사른 곳...지금은 함께 하던 선생님이 세분이 남아 있었습니다. ]

 

초한지(楚漢誌)에 나오는 한(漢) 고조 유방(劉邦)에게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루도록 한 공로자가 세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장량, 한신(韓信), 소하이다. 그 중에서 장량의 이야기에 유자가교(孺子可敎)란 말이 있다.

 

'젊은 이, 그대는 가르칠 만 하다.'란 뜻이니 장량(張良-장자방)이 젊은 시절, 이상한 노인을 만나 벗겨진 신을 주어서 신겨드리는 일을 귀찮게 생각지 않고 성의를 다해 여러 번 하므로 신의(信義)를 얻어 천하를 편케 할 가르침이 담긴 책을 얻게된다.


그리고 스승과 헤어질 때 언제 다시 만날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물으니
"천하가 통일되고 그대가 길을 가다가 누런 돌을 보거든 나 인줄 알아라." 하여 그 노인을 황석공(黃石公)이라 한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란 영화가 있었지만 육조단경에는 본래 표현이 서쪽에서 온 까닭은? -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라고 되어 있다. 부처님 열반 후, 서쪽에서 스물 일곱 번 법(法)을 전하여 달마조사에 의해 비로소 동쪽(中國)으로 불교가 전파됨을 나타낸 것이다.

 

그 달마대사의 법을 이어 동토(東土)의 제二조가 된 혜가(慧可)대사는 본명을 신광(神光)이라 하는데 숭산의 소림사에서 달마대사에게 제자가 되어 법을 배우겠다고 간청하는 과정이 너무나 감동적이고 놀랍다.

 

토굴 속에서 참선하는 달마대사가 제자로 받아주지 않자 믿음을 보이기 위해 눈보라 속에 종일토록 서 있으니 눈이 허리를 덮어 움직이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달마대사는 눈 속에 붉은 꽃이 피면 너를 제자로 받아 주겠다고 한다.

엄동설한에 붉은 꽃이 어떻게 눈 속에서 피겠는가?
생각다 못한 혜가대사는 칼로 자신의 한 팔을 자른다.

팔이 떨어져나간 자리에서 붉은 피가 솟구치니까 흰 눈에 마치 꽃이 핀 것처럼 된 것이다.

 

그래서 입실(立室)의 허락을 얻어 결국 초조(初祖)달마의 법통을 이어받게 되는 것이다.
정좌를 너무 오랫동안(면벽 9년) 하여 달마대사는 앉은뱅이가 되고, 혜가대사는 외팔이로 유명하다.

 

물론 학생들에게 꼭 이런 믿음과 의지를 보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배우겠다는 최소한의 의욕과 약간의 인내를 가진 학생을 골라서 가르쳐 보았으면 교사로서 소원이 없겠다.

 

그냥 부모가 주는 돈을 월사금(月謝金)으로 내었기 때문에 학교의 한자리를 차지해 의무감으로 앉아있는 나태한 학생과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家長)으로서의 직업적 교사가 무슨 절박한 흥(興)을 얻을 수 있으며 가르치는 낙(樂)이 있겠는가?

 

꿈같은 이야기지만 이제부터 학교 선생님에게도 학생선택권을 주어 될성부른 학생을 골라 가르친다면 좋겠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부여잡고 제발 가르쳐 달라고 길목을 가로막고 옷자락에 매달려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처지가 된다면 좋겠다.


그래서 요즘처럼 쓸데없이 이 부분이 중요하다느니 공부는 자신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꼭 해야한다느니 해가며 책상에 엎드려 자는 녀석 깨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손가락 하나만 들어도,
연꽃 한 송이만 보여도,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알게되고,
교육부장관이야 아침저녁으로 바뀌든 말든,
그냥 가르치는 보람 하나로 살아가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