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아 리 랑 』

일흔너머 2008. 11. 26. 10:18

 

 

학교에서 처음 아리랑을 배울 때 음악선생님은, 우리는 외침(外侵)이 많았던 관계로 어려운 역사를 거치면서 겪는 서민들의 한(恨)을 오래 동안 삭혀 노래로 잘 표현한 것이 아리랑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노래를 부르며 느끼는 것은 즐거움에 가깝고 흥겨운 느낌이었다. 차츰 나이 들고 세월이 흘러 이제 우리가락의 맛을 알게되면서 깨달은 것은 학교에서 배운 아리랑은 진정한 우리의 한을 심은 아리랑이 아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냥 아리랑노래의 가사만 달고 흉내만 낸 서양의 노래 가락인 것이다.

 

아리랑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남도민들이 부르는 다소 날카롭고 가벼운 진도아리랑은 높은 음정에서 낼 수 있는 서러움을 깊이 있게 표현하고 있지만 강원도 험산준령을 힘없는 백발노인이 숨차게 넘어가며 탄식과 함께 뱉어내는 기막힌 삶의 애틋한 사연을 나지막한 음률에 이어질 듯 끊어질 듯 읊조리는 정선 지방의 아리랑이야말로 진정 한을 표현한 우리노래 아리랑의 백미(白眉)다.

 

혹여 주위에서 그 가락을 찾으려면 얼마 전에 중단된 「 전설의 고향 」이란 프로그램의 시작 전에 나오는 시그널뮤직에서 들을 수 있다. 이글거리는 화염 같은 아지랑이 속으로 느릿한 걸음으로 허리 굽은 노인이 걸어가는 배경을 뒤로 탄식 같이 흘러나오는 가락이다.

 

현재 강원도의 정선아리랑은 비슷한 가사를 제외하고도 500여 수가 전해지고 있으며 관심 있는 학자들에 의해 정리된 것만 200여수가 된다. 옛부터 사람의 입과 입을 통해 전해왔기 때문에 지역마다 가감되어 조금의 차이가 생기게 되고 시대에 따라 약간씩의 감정과 가사가 보충된 만큼 다르다.

 

대략적으로 칠현(七賢)들의 우수를 담고있는 수심편(愁心篇), 산수를 노래한 산수편, 혼사나 모녀관계나 부부, 상사(相思), 열정, 상봉과 이별을 노래한 애정편(愛情篇), 처세편(處世篇), 그리고 늙음에 대한 한탄과 미망인의 설움 또 자신의 팔자에 대한 한탄 등을 노래한 무상편(無常篇)등으로 나눌 수 있다.

 

어찌되었던 정선아리랑의 가사 중에서도 어려웠던 일제식민지시대에 불렸던 노래가 가장 많이 전해진다는 것은 민초들의 생활이 어렵고 한과 설움이 많을수록 더 많은 노래로 승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세상 어느 누구로부터의 도움도 구할 수 없는 고독한 삶을 안고 항상 변두리만 헤매다 돌아와 듣는 어느 날의 아리랑이야말로 좁고 맑은 산비탈을 조용조용 흐르는 냇물 같은 인생의 무상(無常)함과 우리들을 허무감(虛無感)에 푹 빠지게 하는 노래다.

 
모든 국악은 우리의 악기로 연주되어야 역시 제 맛이 나는 것처럼 아리랑은 아름다운 미성(美聲)이 아닌 거칠고 험한 세상에서 오랫동안 삶에 지친 노인의 숨찬 목소리로 불러야 제격이다.

 

『 아리이- 랑 아리이- 랑, 아 라아- 리이-요오
아리랑 고개-를 나를 넘겨어- 주-소
비가 올려나 눈이 올려나 억수장마 지려나
만수-산 먹장-구름이 다-아 몰려어-온-다....』

 

차제에 진정 우리의 아리랑이 한 많은 민족을 대표하는 노래로 인식하고 세계에 알려지려면 특정지방(地方)에서 불린 노래라고,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고 미루지 말고 현재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아리랑은 가락부터 바뀌어져 교과서에도 다시 고쳐 실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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