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

『 또 다른 중국 - 타이완 』--- (3)

일흔너머 2009. 1. 12. 12:25

 

 [ 야류의 바닷가에는 이렇게 침식된 석문들이 자주 눈에 띈다 ]

 

<국립야류해양공원>

학교에서 과학 시간에 지질학 분야를 다루어 오던 나로서 야류해양공원은 특이한 감상으로 다가왔다. 흔히 교과서에서 벌집바위니 버섯바위는 바람에 의한 풍화로 설명되는데 여기서는 바다를 접하고 있어서 그 원인을 해수에다 가져다 붙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바람이 모래를 날라 사암의 약한 부분을 침식한 것을 벌집바위, 또 모래가 날아갈 때 지표 부근은 많이 날아다니니 바위의 아래 부분이 많이 침식되어 버섯바위, 이렇게 설명하지 않고 바닷물이 바위를 녹인 것으로 설명하는 비디오를 보여 주어서 당황하게 만들었다.


아마 내 추측으로는 바람에 의한 풍화가 진행되고 전체 지형이 침강하여 바다를 만났다고 설명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이 아닐까 한다. 어쨌거나 한꺼번에 많은 침식지형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드물고 아름다운 바다의 풍광을 만나 더욱 보는 이의 가슴을 벅차게 하였다. 물론 국립이라 그런지 잘 정리되고 위험한 지역은 붉은 페인트로 출입을 금지하는 줄을 그어 놓았다. 거기다가 관광객들이 잊을 만하면 방송을 때때로 하여 주의를 환기 시켜주었다.

 

그런데 그 방송하는 말이 한국말이라 역시 우리 나라 관광객이 얼마나 많이 들락거리는 지를 실감케 하였다. 한바퀴 둘러보고 나올 때 건어물과 토속 관광상품을 파는 가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젓갈이 맛있으니 사라든가 예쁘다 이모, 또는 싸다 싸 하면서 호객행위를 하는 아줌마들을 보면서 상인들의 그 상술과 우리 나라 사람들이 들락거린 위력을 알 수 있었다.


타이완 여행 중에 특이한 것은 한번도 맛있는 토속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날 점심도 그랬다. 어제 저녁에도 그랬다. 물론 아침은 호텔 뷔페라는 걸 하는데 그것도 중국 본토보다 맛이나 다양성에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정도였다. 물가가 비싸 그런지 영 입맛에 들지를 못했다.

 

밥은 지어 놓은지 이틀은 되었음직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김치는 흉내만 겨우 냈을 뿐이었다. 차라리 이러려면 구태여 한식을 하지말고 사구려 중식을 맛보게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양명산 온천지대 관광을 나섰다. 비는 오락가락하는 데 노천 온천이라며 도로변 바로 옆 수영장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정말 웃겼다.

수영복을 입고 비를 맞으며 도로변에서 무슨 온천을 한단 말인가? 이건 말도 안 되는 여행사의 횡포라고 생각했더니 그 대안으로 우리 나라의 시골 목욕탕 정도의 욕장으로 우릴 밀어 넣었다. 우리 팀은 여기서 다들 불평이 나왔다.

 

개인 물건을 수납하는 소위 [락커]라는 것은 가로세로 삼십 센티미터 정도 되는 통이었다. 시골에서나 보는 목욕탕의 그런 수납장 말이다. 하지만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가이드의 유황온천이 어떻고 하는 자랑을 들으며 목욕을 하고 나왔다. 타이완의 물가는 가히 일본과 맞먹는 정도였다.

 

맥주 한 병에 만 이천 원, 싼 것이 팔천 원이었다. 그런데 함께 간 친구가 자신은 마시지도 않는 맥주를 사서는 내게 내미는 것이었다. 캔 맥주 하나에 거금 사천 몇 백 원을 주고 사서 말이다.

아, 시원한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목욕을 하고 난 뒤에 마시는 한 잔의 맥주, 정말이지 타이완 맥주의 맛이 아니라 오래 사귄 친구의 한 줄기 시원한 정(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