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추락하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

일흔너머 2009. 4. 1. 11:42

 

 

 

 

막내는 몇 년 전에 비행기가 좋다며 그 당시 한참 잘 나가는 반도체 전공을 버리고 시커먼 기름을 덮어쓰며 항공정비를 택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 나라의 최첨단 전투기 F-15를 정비하고 있다.

 


어느 날 비행기가 추락한 뉴스를 들으며 아주 심각한 이야기를 했다.

전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털어놓는 것이었다.


미국의 경우 국방부에서 전투기 제작사인 보잉이나 GE에 발주를 하면 흔히 이야기하는 아웃소싱(외주)이 되어 언제 몇 대를 사용하도록 준비하라는 조건으로 정비까지 계약이 된단다. 그러면 그 제작사가 책임지고 정비를 하여 조종사는 오직 사용만 하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조종사와 정비사가 국방부 소속으로 함께 있다. 조종사가 언제까지 몇 대를 사용하려고 한다는 계획을 정비부대에 이야기하면 정비부대는 목표하는 비행기를 준비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비사의 최고 책임자가 조종사보다 계급이 낮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비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면 통하지 않는단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군(軍) 특유의 철학이 여기서도 그 위력을 드러내는 것이다. 결국 미비한 정비 상태로 어쩔 수 없이 문제를 가진 비행기를 조종사에게 넘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거저 안전하게 돌아오기만을 기도하면서 말이다.


만약 우리나라의 전투기가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정상적인 정비를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으리란 말을 함께 하면서 막내는 일주일 야근을 한 지친 몸으로 오늘도 비상근무를 한다.


군 계급의 권위가 세상 어느 곳에나 통할 수 없다는 모순에 충돌하면 죄 없는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