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월산(日月山) 그 신비한 정기 』
[일월산의 주봉 일자봉(日字峰)에는 해맞이 장소가 유명합니다. 거기다가 나무로 이렇게 편안한 휴식처를 마련 해 두었습니다.]
경북 영양군 일월면에는 말 그대로 원시의 수풀과 소박한 인심이 살아 숨쉬는 산골이 있습니다. 평소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을 뿐더러 현재 살고있는 주민도 말이 군(郡)이지 2만도 안 되는 정말 한적한 곳입니다. 한마디로 사람 냄새가 나고 인간 대접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곳이란 뜻입니다.
아무나 붙들고 길을 물어 보십시오. 길을 가리켜 주기보다는 아예 자신의 갈길을 뒤로 미룬채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고 갑니다. 그것도 그 목적지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자신의 하루 일과는 잊은채 한참을 서서 다른 사람이 상봉하는 장면을 일일이 쳐다보고 간섭을 하다가 돌아갑니다. 이런 상황에 익숙치 못한 우리들은 처음에 당황합니다.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남의 일에 간섭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으로 비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얼마간의 시간을 함께 하다보면 그것이 간섭이 아니란 걸 알게 됩니다. 배려인 것입니다. 혹 길을 물은 사람이 엉뚱한 길로 빠지지나 않을까 걱정한 나머지 끝까지 데려다 주고 확인하는 것입니다.
일월산,
높이가 천 이백미터가 넘는 높은 산입니다.
그러나 올라가는 데 별로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천 백미터 가까이 도로가 잘 닦여있어서 자동차를 이용하면 나머지는 평지라서 쉽게 등산 할 수 있습니다. 꼭데기에 군 부대와 통신소가 있어서 그 가장자리를 돌면 월자봉과 일자봉을 갈 수 있습니다. 해맞이는 일자봉에서 유명하고 달맞이는 월자봉에서 유명합니다. 월자봉까지는 정말 가까와 10분 거리입니다. 일자봉까지는 그래도 제법 등산을 하는 기분을 낼 수 있습니다. 왕복 한 시간이 더 걸리니까요.
보통 여름 등산을 하면 여러 가지 벌레들이 성가시게 합니다. 특히 산모기가 극성스럽게 달려듭니다. 그러나 일자봉에서는 깔끔하게 해맞이 장소를 단장해 두어서 조용히 오래 앉아 쉬면서 발 아래 산들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일자봉에는 이 고장이 낳은 작가 [이 문열]씨의 '일월산 송사'라는 글이 있습니다.
「崑崙(곤륜-중국 서쪽의 산이름)의 정기가 해뜨는 곳을 바라 치닫다가 백두대간을 타고 남으로 흘러 동해 바닷가에 우뚝한 영산으로 맺히니 이름하여 일월산이다...」
라는데 하필 곤륜을 끌어와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산은 자신의 넉넉한 품을 자리한 민족에게 내놓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쉬면서 또 걸으면서 그리고 또 등산을 한다는 것은 내 삶의 한자락을 걷는 것입니다.
혼자 걸으면 내가 그저 산과 자연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요, 둘이 걸으면 그와 함께 산과 자연을 이야기 하는 것이지요.
옛날 나무꾼들이 짚신 바닥이 헤지면 '신갈나무 잎을 깔았다'하여 '신을 간다'는 뜻으로 신갈나무가 되었다는 그
신갈나무가 무성한 숲을 이룬 오솔길, 차마 햇빛도 뚫지 못할 정도로 일월의 정기가 서려있었습니다.
하지만 햇빛이 없으면 길이 보이고 어쩌다 나무가 엉성하여 햇빛이 보이면 멀리 경치가 보였습니다.
따가운 햇빛이 고난을 가져온다면 우리는 그 고통 속에서 멀리 희망을 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 일자봉에서 내려다 본 주위는 온통 산들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