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왼손이 하는 일 』

일흔너머 2009. 9. 16. 11:08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이 있다. 남을 돕는 일을 하면서 온 세상천지에 떠벌리지 마라는 뜻이다. 그러면 도움을 받는 사람의 자존심을 구겨 도움을 받으면서도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물론 돕는 사람도 공덕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그 표현이 정말 놀랍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한다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누구도 모르게 한다는 말이다. 즉 아무도 모르게 자랑스런 일을 하라는 의미다.


그것은 내가 가진 재산을 사회에 기부를 하더라도 그저 있던 곳에 그대로 가져다 놓듯 던져버리고 기부자는 그 재산이 누구에게 어떻게 얼마가 쓰였는지를 알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이번에 김 아무거시라는 분이 평생을 고생하여 번 재산(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자신의 논밭 등 부동산 300억원 상당)을 KAIST 발전기금으로 기부한 것이다. 그는 그저 KAIST라는 대학이 좋아서 선뜻 자신이 평생을 고생하여 번 돈을 쾌척(快擲)한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기부를 한다는 정치인들은 자신의 호를 붙인 재단을 만들고 그 재단에다가 재산을 기부하고는 나라가 떠나가도록 선전을 해대는  것이다. 우선 이름을 붙이지 않는 것은 듣는 사람들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한 것이리라.

 

그러나 호나 이름이나 그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재단에다 재산을 기부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자리를 옮겨놓은 것이다. 그것도 몽땅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팔아 쓰려고 하면 세금이 붙어서 어려운 재산들만 옮기는 것이다. 탈세의 한 방법이다. 그러고도 사회의 칭찬을 받는다. 정치인들이 하는 짓이란 정말 웃긴다.


결국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왼 호주머니에 있던 돈을 오른쪽 호주머니에 잠시 옮겨 놓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