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웃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

『 그런 친구가 있었다. 』

일흔너머 2009. 9. 30. 11:03

 

 

 

 

한 해 위의 친구가 있었다.
본래는 선배였는데 함께 학교를 다니고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말을 터고 어느 날 가까이 다가와 있었던 사람이 있었다. 말이 친구지 만나면 그저 어눌하게 손을 잡히고 인사를 나누는 친구였다.


함께 ROTC훈련을 받으며 대표를 뽑을 때 나에게 와서 어떻게 하든 밀어달라고 하던 친구였다. 결국 대표가 되어 졸업을 할 때 기념품(반지) 때문에 말썽이 나고 교관까지 징계를 먹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물론 우리가 받은 기념품 반지는 금의 양이 모자라 속에다 덧붙인 흔적이 있는 그런 흉악한 물건을 받았다.


그리고 졸업을 하고 각자의 병과학교로 뿔뿔이 헤어졌다. 다른 사람들이 다들 힘들어하는 보병학교로 가면서 그 친구가 헌병병과를 받았다는 소문을 듣고 속으로 많이 욕했다. 최소한 이과(理科)니까 포병정도는 될 줄 알았던 나는 제일 힘들다는 보병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말은 안 했지만 정말 섭섭했다. 세상에 배신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꼭 그렇게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이 세상이치 같았다. 상무대에서 넉 달 기초군사교육을 마치고 바로 고향 근처 대구로 배치를 받았다. 그리고 나만큼 재미나게 군 생활을 한 사람도 드물다고 생각할 정도로 정말이지 거짓말 같은 그런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을 했다.


그리고 공기 좋고 인심 좋은 시골 학교 선생님으로 처박혀 있을 때 들리는 소문에 그 친구 서울 중심의 어느 경찰서 보안과장으로 취직해 있다고 했다. 역시 그래 되는구나. 사범대학교를 나오고도 그런 길이 있구나하고 생각했다.

 
종종 바람에 그 친구 소식이 날아오곤 했다. 하지만 서울과 대구는 멀다. 1974년 2월 어느 날 헤어지고 2007년 여름 어느 무더운 날 동창생을 만나 그 친구 소문을 들었다. 갔단다. 아직은 그렇게 가고 어쩌고 할 나이가 아닌데 하고 물었더니 어디가 안 좋았단다. 애석하고 안 됐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그렇게 위험한 줄타기를 평생 해 왔으니…….
역시 그러면 그래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