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사는 것이 다 한때다 』

일흔너머 2009. 11. 12. 12:13

 

 

얼마 전부터 김치가 떨어졌다고 올 김장은 빨리 담가야겠다며 아내는 서둘렀다. 그래서 날씨가 포근하지만 오늘 아침 서둘러 담갔다. 김장을 담는 날은 평소보다 더 많은 일을 하니 여자들이 피곤하다. 해서 목욕이나 하자며 함께 가까운 온천을 갔다. 화요일에는 동네 목욕탕이 쉬는 날이라 일부러 경산까지 갔다.


돌아오는 길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내일이 수학능력 시험을 보는 날이라는 걸 알았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않고 내가 퇴직을 하고 난 지금은 그런 학사가 언제 어떻게 돌아가는지 통 관심이 없어서 모른다.
수능시험, 그 때를 돌아보면 아찔하다.


정말이지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는 정신이 없었다. 수능시험 치는 날만 되면 날씨는 또 왜 그렇게 추웠던지. 모든 것이 결핍된 상태로 세상이 그렇게 어려웠다. 우선 이 어려운 시기를 벗어나고픈 마음밖에 없었다.
빨리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시련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정말이지 어리석은 생각에 아이들이 대학만 들어가면 세상 모든 것이 다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지나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누가 그랬던가, 산 넘어 산이라고.

정말이지 우리네 삶에 꼭 맞는 말이다.

대학보다 더 무서운 군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해서 아들이 무사히 제대만 했으면 하고 바랐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렵고 무서운 취직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뿐인가. 짝을 구해 결혼해야지 또 손자를 보면 돌보아 줘야지…….

세상 어디 하나 쉬운 게 없다.


지금은 아이들이 모두 출가하고 두 양주가 조용히 지내니 세상소식이 어둡다. 다만 신종풀루가 어쩌고 하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 가지 어떻게 공부하고 출세한다든지 하는 일은 저 먼 나라 이야기다. 나라 빚이 얼마가 늘어나든 누가 통치를 하든 그저 사고 없이 조용히 세상이 굴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지나갔는지 그 모든 것이 꿈만 같다.

어느새 다 지나가 버리고 할 일이 없어져 살아가는 욕망마저 함께 떠나가 버린 느낌이다. 

옛 어른들 말처럼 산다는 것이 정말 한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