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반 기문 UN사무총장님에게 묻고 싶습니다. 』

일흔너머 2010. 1. 9. 18:05

 

 

며칠 몸이 찌뿌듯하여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아침을 먹고 아내와 함께 자주 가던 온천을 찾았다. 추운 겨울에는 역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쉬는 것 만한 것이 없다. 탕 안은 넓어서 사람들이 북적거려도 혼자 조용히 생각할 정도로 내 마음은 한가하다.


한참을 탕 안에서 몸을 담그고 쉬다가 밖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땀을 흘리고 있는데 정말 보기 좋은 장면이 다가왔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면 삼대(三代)다. 몸을 거의 가누질 못하는 할아버지와 장년의 아들 그리고 초등학교 오륙 학년 정도의 손자 그렇게 삼대가 목욕을 온 것이다.


건장한 체격의 아들이 아버지를 얼른 샤워를 시키고는 탕에다 모시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샤워를 하고 탕에 들어가 아버지 곁을 지키고 있었다. 초등학생은 혼자 이리저리 다니며 목욕에는 관심이 없고 물장난을 하였다. 한참이 지나자 아버지를 모시고 나와 온몸을 씻기는 것이었다. 정말 정성을 다하는 것이 내 눈에도 보였다.


목욕을 마치고 나온 아내에게 내가 본 이야기를 하였다. 아내는 때밀이에게 돈을 주고 어른의 목욕을 부탁하면 될 것을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눈치다. 보통 돈이 있어도 때밀이에게 부탁을 해보지 않는 사람은 쉽지가 않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그는 자기가 아버지에게 하는 것을 보고 배우라며 아들에게 가르치는 것 같았다.


동진(東晋)시대 걸출한 재상이며 문학가인 사안(謝安: 320-385)은, 아내가 자식교육은 시키지 않고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을 하며 항상 바쁘게 국정을 살피는 것에 불평을 하자
"내가 살아가는 것을 보고자라지 않는가?"
하였다고 한다. 구태여 가르치지 않아도 부모가 하는 것을 보고 배우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훌륭하고 세계적으로 이름을 휘날린 사람을 들라면 지금의 UN사무총장인 '반 기문씨'이다. TV에서 반 기문총장님의 이야기를 특별히 다룬 한 시간 가량의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일 때문에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단다. 그 정도로 바쁘고 하는 일이 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장례에 참석하지 못한 것을 탓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한번 묻고 싶다.
"반 총장님, 아버지 등을 한번이라도 밀어 드린 적이 있습니까?"
자식이 목욕탕에서 아버지의 등을 밀 때 느끼는 것은 한낱 필부(匹夫)의 행복에 지나지 않는가?

그걸 묻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