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건비 그리고 구조 조정 』
어려운 시기에도 회사를 잘 꾸리는 친구가 있다. 그것도 자신의 기업이 아닌 회사의 사장으로 말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대뜸 이름만 빌려주는 시쳇말로 '바지 사장'인 줄 알겠지만 아니다. 그는 경영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 경영인'으로 있다.
형편이 어려워 곧 넘어질 위기에 있는 기업도 이 친구가 손대고 나서면 일, 이년 내에 이익을 내고 회사는 곧 정상으로 돌아온다. 하도 궁금해서 한가한 시간에 만나 그 비법을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구조 조정'이란다.
「구조조정」,
많이 듣던 이야기다. 구조조정을 하면 바로 이익이 생기고 넘어지던 기업도 바로 일어난단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구조조정, 기업체에서도 구조조정, 사회 곳곳에서도 이익을 보려는 단체이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럼 그 구조 조정이란 무엇인가. 구조조정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하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간단했다.
"한 마디로 인건비를 줄이는 거야."
쓸데없는 인건비를 줄인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회사의 어지간한 일은 셋이 할 일을 사람을 줄이고 둘에게 맡겨도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세 명에게 줄 인건비 중에서 약간을 줄이고 나머지를 두 명에게 주면 더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세 명에게 줄 때보다 조금 작게 말이다.
그러면 회사 입장에서는 이익이란다. 그 이익으로 자동화 기계를 들이면 일자리는 줄여도 생산성은 올라간단다. 자동화 기계는 다른 회사원의 입장에서 볼 때 잘 돌아가는 회사로 보이고 사원복지도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기계란 자산이 늘어 좋고 생산성이 올라 좋고 거기다가 노사분규가 적게 일어나 좋으니 꿩 먹고 알 먹는 형편이 아니라 기업이 지향해야할 정도(正道)인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회사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기가 막힌다. 남아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언제든 일자리를 잃을 수 있으니 생활이 불안정하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니 나가기 전에 자신의 장래를 챙겨야 한다. 결국 있을 때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하게 된다. 더욱 거친 노사분규가 일어나는 이유이다.
쫓겨나는 사람은 그 보다 더하다. 한 발만 더 깊이 파고들어 가보면 그 가족까지 수렁에 빠져 헐벗게 됨을 알 수 있다. 결국 이렇게 구조조정은 정리해고를 낳고 정리해고는 실업자를 낳는다. 그러니까 실업자를 딛고 기업체는 살아남는 것이다.
요즘 세계적인 정치의 이슈는 일자리 창출이다. 그러나 기업을 살리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마당에 일자리는 많이 나올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회사가 어려워 자구책을 찾는다고 경영의 귀재라는 내 친구가 들어가면 다들 뭔가 새로운 경영이 있을 것이라며 좋아한단다.
그러나 회사를 살리는 묘약은 없다는 것이다.
그저 지금껏 걸어오던 길을 똑같이 뚜벅뚜벅 걸어갈 뿐 새로운 경영의 묘안을 제시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정말 웃기는 것은 자신을 환영하던 그 회사원들을 쫓아내는 것이다.
마치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징수하며 일하는 아가씨, 아주머니들이 '내 목 잘라주세요.' 라는 듯이 자동화 기계인 '하이패스'를 편리하다며 이용하라고 권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