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는 왜 가나? 』
[ 노인들이 쉬는 정자의 현판이 정말 멋지게 걸려있다....<내일 이야기> ]
아이들에게 「커서 뭐 될래?」하고 물으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훌륭한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우리가 어릴 때, 그 때 아이들의 보편적인 대답이 그랬다.
마찬가지로 「학교에는 왜 가나?」라는 질문을 하면,
「공부하러 간다」는 말이 정답이었다.
그럼, 「공부는 왜 하나?」라는 질문을 하면 어떤 답을 들을 수 있었을까?
대부분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라는 것이 정답이었다.
훌륭한 사람이란 뭔가?
지금처럼 많은 지식을 가지고 시험에서 1등 하는 사람인가?
아니다. 최소한 지식이나 학습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공부는 왜 하나?」라는 질문을 하면,
대뜸 나오는 답이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하여'다.
물론 고등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좋은 직장을 얻으려고' 심지어 '돈 많이 벌어 다른 사람보다 잘 살려고'하는 답까지 정말 다양한 답을 들을 수 있다.
국가에서 무상으로 하는 교육 즉 의무교육의 목적은 한마디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민주사회의 올바른 시민, 즉 사회구성원으로서 부족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고등교육의 목적은 한 단계 더 나아가 국가와 사회의 훌륭한 지도자를 만드는 것이다.
요즘은 속말로 쥐나 개나 가는 대학,
사람이라고 태어나 안 가면 뭔가 허전한 대학교육은 그럼 무엇을 하는 곳인가?
본래 대학의 목적은 「학문」을 하는 곳이다. 학문은 왜 하는가? 사람의 삶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것이다. 사는 것이 무엇인가?(What is life?)-쉽게 말해서 「산다는 게 뭔지?」하면서 흔히 우리의 삶이 고달플 때 넋두리처럼 던지는 화두, 인간이 태어나 평생 업보처럼 짊어지고 다니는 이 과제를 푸는 곳이다. 의학과에서는 의학적으로 과학과에서는 과학적으로 인생을 탐구하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저 녀석은 취직도 못하고 만날 놀고있다'며 나무라는 어른들이 많다. 그 말은 한마디로 틀린 말이다. 아무 대학이나 졸업하고 취업하는 것이 아니다.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학과가 따로 있다. 사범대학은 교사, 경찰대학은 경찰, 의과대학은 의사, 이렇게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해 만든 학교나 학과가 따로 있다.
특히 전문대학은 바로 그런 취업목적으로 전문인을 양성하는 학교다. 매스컴에서는 그것도 무시한 채 취업률이 전문대학이 높다고 자랑삼아 떠들고 실제 어떤 바보 같은 사람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위해 다시 전문대학을 다닌다며 대학보다 전문대학이 낫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가 막힌다.
요즘 초, 중, 고등학교도 바로 이런 모순에 빠져있다.
학원이 더 잘 가르치고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고들 난리다. 이것은 학교가 하는 공부(학습말고)가 무엇인지 모르고 하는 말이다. 그냥 지식만 가지고 교사와 학생이 주고받고 하면 그것은 학교보다 학원이 효율적일 것이다.
그런 면으로 따진다면 차라리 학교나 학원보다 집에서 혼자 열심히 학습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월반하는 것이 제일 낫다. 구태여 학교나 학원까지 갈 필요도 없고 경제적으로도 학교나 학원에 드는 경비보다 시험을 치르는 원서대만 하면 되니까 훨씬 낫다.
하지만 학교는 단지 지식 하나만 얻는 것이 아니다. 함께 공부하며 단체생활의 질서를 지키고 협동심도 기르며 사회성을 키워 동창생도 얻고 친구로부터 나누는 정(情)도 있다.
어떤 바보는 학원선생님이 학교선생님보다 낫다는 말을 한다.
나는 이런 말을 들으면 더 기가 막힌다. 아무려면 학원선생님이 학교선생님보다 나을까. 학교선생님이 되려고 발버둥치다가 자격을 얻지 못하니 학원에서라도 가르치며 벌어먹고 사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이다. 정식 학교선생님이 되려면 얼마나 어려운데 그걸 그렇게 쉽게 말한단 말인가.
우스개 한마디해야겠다. 옛날에는 작심하고 공부하여 달려들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할 수 있었던 것이 5급 공무원(지금의 9급 공무원)이었다. 요즘 9급 공무원이 되려면 정말 하늘의 별 따기다. 하지만 그 9급 공무원을 단번에 합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가산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국가유공자에게 주는 가산점 말이다. 그런데 국가유공자보다 훨씬 많은 가산점을 받는 사람도 있다. 행정고시를 통과하면 가산점이 백퍼센트란다. 그러니 먼저 행정고시를 치르고 합격하여 가산점 백퍼센트를 얻으면 단번에 9급 공무원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어려웠으면 이런 농담이 생겼을까.
마찬가지로 정식 학교선생님이 되려면 공무원시험보다 더 어려운 [임용고시]란 것을 합격해야 한다. 몇 년을 공부하고 노력해도 합격하기가 어려운 것이 바로 임용고시다. 그냥 학원에 이력서를 내고 가르치다가 언제든지 쉽게 책임감 없이 떠나는 그런 학원선생님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올해부터는 교원평가가 어쩌고 하면서 선생님들을 더 닦달할 것 같다. 얼른 보기에 교원평가를 하면 더 나아질 것 같지만 정말 양심적인 선생님만 잡는 거지 마음이 떠난 경우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다른 직업과 달리 교직은 전문직이다. 전문직이란 교사가 전문가라는 것이다. 전문가에게는 전문가의 대접을 해 주어야 그 결과에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누가 전문가에게 이래 가르쳐라 저래 가르쳐라 하는 것은 고장난 시계를 고치러 가서 빨리 가게 해달라고 하거나 느리게 가도록 해 달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저 시계를 고쳐달라며 맡기는 것이 최고라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기다리는 것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맡기고 잘 가르쳐 달라며 선생님을 믿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정치인들이 설쳐대며 나무라고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 현직 선생님들을 흔들면 안 된다.
서울 어느 한 곳에서 부정이 있었다고 오직 자신의 제자만 바라보며 혼신의 정렬을 쏟아 붓고 있는 시골 어수룩한 선생님들을 한꺼번에 부정한 선생님들로 몰아붙이지는 말아야한다.
몇 마리 빈대 새끼를 잡으려다 자칫 초가삼간 태울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