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

『 네팔(Nepal) - 신(神)이 살아있는 나라 』---(6)

일흔너머 2011. 6. 24. 22:13

 

                    [누가 두고 갔는지 나무 아래 놓인 도시락과 두 병의 물이 주인을 기다린다.]

 

룸비니 동산에서 서둘러 버스를 타고 네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호텔은 마치 불법으로 국경을 넘을 사람들이 이용하기 좋도록 만든 것처럼 인도와 네팔이 접한 국경 가까운 곳에 있었다. 네팔에서 3일째 밤을 인도의 국경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호텔에서 보내는 이유는 사람들이 밀리는 시간을 피해 아침 일찍 인도로 가기 위한 까닭이란다.

 

국경 근처라 그런지 호텔 Nansc는 겉모습이 우리나라 여관 정도이다. 외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침대도 그랬다. 키가 큰 나는 발이 항상 침대 밖으로 나가있어 불편했다. 하지만 '하루인데 뭔 대순가.'하고 참는다. 결국 이런 불편이 모여 여행의 피로가 몰려오게 되는 것이다.

 

                   [어딜 가나 로비에는 꽃을 띄워놓고 시원한 음료 한 잔을 들고 손님을 반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호텔에는 벌써 인도 가이드가 마중 나와있었다. 지금껏 수고한 네팔 가이드는 사흘 동안 달려온 먼 길을 혼자 되돌아 가야하는 것이었다. 나이 마흔이 넘은 네팔 가이드, 사람 사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

 

운전기사는 오직 한 사람이다. 우리와 다른 것은 어린 조수가 딸려있다. 하지만 운전도 못하는 그 조수가 무슨 힘이 되겠는가. 그 먼 길을 혼자 운전해야 하는 것이다. 일행은 그 사실을 알고 돌아가는 길에 밥이라도 함께 사 먹으라며 작은 돈을 모아주었다. 한국인의 진정한 인심이다.

 

많이 다니지 않았지만 해외 여행을 나가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이드에게 많은 인정을 베푼다. 말이 났으니 하는 말이지만 질문도 많다. 그 중에 가장 많이 하는 질문도 정해져 있다. 땅값이다. 유달리 땅값에 관심이 많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살아서 그런지 막상 살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지 모르겠다.

 

거기다가 어떤 이는 한술 더 떠서 집 값은 얼마나 하나? 아무나 살 수 있는가? 물론 이런 이야기가 현지 사람이 살아가는 형편이 궁금해 묻는 질문이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다. 궁극에 가면 '최근에 얼마나 올랐는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가 막힌다.

 

바로 땅 투기를 말하는 것이다. 특히 연세가 지긋한 노인, 그것도 할머니들이 그렇게 물으면 정말 추해 보인다. 저 나이에도 땅을 보면 욕심이 나고 투기를 하고 싶은지? 이번 여행에서 바로 그런 노인이 있었다. 연세가 일흔이 넘은 노인이 시종 땅만 이야기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하는 농이 있다.
「인생이란 60대는 배운 놈이나 안 배운 놈이나 똑같고(경로당에 가봐라) 70대는 있는 놈이나 없는 놈이나 똑같고(주위를 봐라) 80대는 산 놈이나 죽은 놈이나 똑같다(방에 누워있으나 산에 누워있으나)」

사실 농이라고 하지만 그 속에 숨은 뜻은 진실이다. 몸이 늙어서 말을 듣지 않으면 결국 있거나 없거나 마찬가지란 뜻이다. 하지만 일생 하던 짓을 멈추지 못하는 것이 또한 삶이다.

 

네팔에서 인도 쪽으로 가까이 갈수록 높은 산과 계곡은 사라지고 야트막한 언덕이 나타났다. 그러더니 결국 산은 멀어지고 한없는 평원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데칸고원이다. 데칸(Deccan)이라는 말은 남쪽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 닥시나에서 따온 것으로 인도 반도에서 나르마다 강 남쪽 전부를 가리킨다.

 

우리나라 같으면 그대로 두지 않을 넓은 땅이 한없이 펼쳐져 있었다. 무슨 까닭인지 띄엄띄엄 어쩌다 보이는 외딴집 한두 채 외에는 무인지경인 허허벌판이었다. 우리는 손바닥만한 자투리땅이라도 놀리지 않고 호박을 심고 상추를 심어 텃밭을 만드는데 네팔 사람들도 저기다가 야채를 심어 가난한 사람들이 나누어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 열 여섯 개나 되는 탑이 룸비니 동산에 있었다. ]

 

여행을 하다보면 실제 보는 것과 인터넷에서 들은 것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라지만 틀린 정보는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니까 현장에 와서 보고 확실한 경험이 소중한 것이다. 룸비니 여행을 한 사람이 벽돌로 둥글게 쌓은 걸 참선을 할 때 쓴 좌복(방석)으로 설명한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사리와 함께 섞어 만든 탑(Stupa-Group of sixteen stupas)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네팔을 떠나며 생각해 본다.
이 나라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찾아본다.
사람이다. 아리안 민족의 맑은 눈, 누구나 그 속에 빠질 수밖에 없는 까만 눈. 정말 순하게 보였다.
이 나라를 싫어하지 않을 수 없는 단 한 가지 이유라도 찾아본다.
아무리 머릴 굴려도 사흘 동안 따라다니던 모기와 호텔 방의 냄새 외에는 없다.

 

 

                   [ 주위에 쓰레기가 흩어져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과일만 정리한 것이 우리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인다...]

 

길에는 망고나무가 자주 눈에 띈다.
내일이면 인도로 들어간다. 국경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사람은 항상 앞날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해 스스로를 얽어매는 버릇이 있다. 인도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이리저리 뒹굴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네팔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