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딸네 집에서 』
일흔너머
2011. 10. 12. 12:28
『 딸네 집에서 』
온달(金 義淳)
귀여운 손녀가 사는 시골
딸네 집에 갑니다.
길에는 아직 여름이 미련처럼 널려있지만
나락이 여무는 황금 들판입니다.
담장 아래 자존심처럼 코트 깃을 곧추 세운 칸나
빨간 입술로 그리운 여인처럼 서 있습니다.
저녁 밥 짓는 연기에 덮인
그 평화로운 틈에 슬그머니 끼어 봅니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안 되지만
다들 바쁩니다.
누가 오고 누가 가는지 눈여겨보지도 않습니다.
자식새끼 안고 어르며
허리 펴고 하늘 한번 쳐다 볼 여유도 없습니다.
그래도 모두 잘 살고 있습니다.
저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