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와 주례사 모음

『주례사-허 〇〇 동기 딸 결혼』

일흔너머 2014. 3. 13. 10:36

 

 

 

 

먼저 길일을 택해 혼인하는 오늘의 주인공,

신랑 이 〇〇 군과 신부 〇〇, 두 분에게 크게 축하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하신 일가친지, 특히 공사다망하신 가운데 원근을 마다하지 않고 혼례를 축하하기위해 자리를 함께 해 주신 하객 여러분께 양가 혼주를 대신해서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기 있는 신랑과 신부, 두 분은 앞으로 훌륭한 가정을 이루고 잘 살아갈 것으로 믿습니다만 노파심에서 몇 가지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중국에 유명한 시인이자 정치가인 백거이라는 분이 항주자사로 부임을 해서 인근에 이름난 고승이 산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평생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법문을 청했답니다.

그러자 스님은 조용조용 아주 쉬운 말로,

악한 일을 하지 말고 (諸惡莫作 제악막작)

선한 일을 많이 하고 (衆善奉行 중선봉행)

마음을 깨끗이 하라 (自淨基意 자정기의)

이것이 부처의 가르침이다 (是諸佛敎 시제불교)

 

백거이는 뭔가 크고 훌륭한 걸 기대했는데 너무 간단한 이 말을 듣고 시큰둥해서 “세살 어린아이도 아는 것이 아닙니까?”하자, “그렇지... 하지만 여든 살 먹은 노인도 행하기 어려운거지.”하는 겁니다.

이것은 도림선사라는 분의 유명한 일화입니다.

 

세상일, 아무리 알면 뭐 합니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 사는 것은 말이 아니라 그 말대로 행동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제가 왜 이 이야기를 하는가하면 지금 제 앞에는 그저 좋고 기분이 들떠서 세상 무슨 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은 신랑과 신부가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주례사를 한답시고 억지로 귀에 대고 어른을 공경하고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하면서 아무리 장황하게 잘 살아라고 당부를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세상에 주례 이야기 듣고 좋은 가정 꾸려 잘 산다는 사람 한 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꼭 필요한 말,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지금 같은 마음, 즉 처음 마음을 잊지 마라는 겁니다.

바라만 봐도 가슴 설레는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마라는 겁니다.

 

인생사가 다 그렇듯 살아가면서 부부간에 갈등의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그때 지금 이 순간을 떠올려 보시라는 겁니다. 그저 보기만 해도 좋은 이 순간 말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떠올려 보는 겁니다. 그리고 조용히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겁니다.

 

그러면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평소 부족하게 해 주어서 미안하다는 마음이 생길 겁니다. 결국 웬만한 일들은 그 미안한 마음이 다 치료해 줄 겁니다. 더 못해줘서 미안하다는 마음으로 항상 사랑하고 이해하며 서로를 아껴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하객 여러분께 한 가지 당부 드리고자 합니다.

세상은 험하고 오늘 혼인하는 신혼부부는 아직 사회경험이 부족합니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다가 이 두 젊은이가 역경에 처했을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 언제든지 오늘 여기 오신 하객 여러분들이 그 손을 보듬켜 잡고 이끌어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한번 신랑 신부, 두 사람 혼인을 축하하면서 간단하나마 이것으로 주례사에 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