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

『 무장산(䥐藏山) 억새 』

일흔너머 2015. 10. 14. 14:47

 

 

 

                                                          무장봉에서 내려다 본 억새 군락지

 

오랜만에 한글날이 휴일이 되었다. 금요일이 한글날이니 사흘이 연휴가 된 것이다. 백수에겐 별로 좋잖은 조건이다. 그저 조용히 나들이 할 것을 연휴 나들이객들과 함께 부대끼야 하는 것이다.

 

무장산(䥐藏山),

경주 암곡동에 위치한 표고 624미터의 산이다. 육백여 미터라니 야트막한 산을 상상하겠지만 꼭대기 무장봉까지 가는 길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신라 제29대 왕인 태종무열왕 김춘추(金春秋)가 삼국을 통일하고 무기를 묻어서 그 이름을 투구 무자에 감출 장자를 써서 무장산이라고 한단다.

 

우리는 태종이나 무열왕이라고 하기보다 이름인 김춘추를 더 쉽게 말한다. 그것은 신라 최초의 성골이 아닌 진골신분으로 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분보다 능력이 뛰어났을 것이란 추측을 해본다. 결국 삼국을 통일하고 귀족들의 사병이 문제가 되니 모든 무기들을 모아서 한꺼번에 묻어버리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물론 이건 나름의 추측이다.

 

천천히 아침을 먹고 열시 가까이 되어 암곡동 주차장으로 달렸다.

그런데 주차장을 4분 정도 더 가면 된다는 거리에서 웬 해병대들이 차를 막아선다. 갓길에 주차를 하고 셔틀버스를 타야한다고 했다. 워낙 많은 차량들이 오다보니 주차장이 꽉 찼단다. 별수 없이 집사람과 나는 등산준비를 하고 160번 전봇대를 기억하며 셔틀버스를 탔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꽉 찬 자동차와 억새보다 많은 사람들을 보니 연휴라는 것이 실감났다.

 

한참을 걸어 갈림길이 나왔다. 오른쪽은 가파른 경사지만 가깝고 왼쪽은 완만하고 먼 길이란다. 우선 오른쪽 가파른 길을 선택하고 시간이 나면 내려올 때는 경사가 완만한 길을 택하기로 작정하였다. 집사람의 무릎관절을 우려한 탓이다.

 

처음에는 천천히 걸어서 준비운동을 하고 가파른 산길을 헐떡이며 한 시간 가량을 걸어 올랐다. 능선이 나타나고 오솔길을 따라 한참 걸으니 제법 차가 다닐 정도의 임도가 나왔다. 누가 심었는지 모르지만 밤나무가 알밤을 이고 가을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나타난 억새밭,

여기에다 목장을 하다가 국립공원이 되고 버려져 자연히 억새가 터를 잡았단다. 제일 높은 무장봉에 오르니 사람들로 난장을 이뤘다. 제일 잘 보이는 곳을 찾아 사진 두어 장을 찍고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가져온 밥 한 덩이에 김치를 감아 넘기는 성찬, 거기다가 맥주 한 병이면 지상 낙원이다. 억새가 ‘으악새’가 되고 노래가 나온다.

 

‘아, 으악새 슬피 울어 가을인가요? ... ...,이왕 배부르게 먹었겠다 하루해는 아직 한참이니 길이 멀면 어떤가?‘

 

 

 

그냥 완만한 길로 하산방향을 잡았다. 세월아 가거라하면서 느릿느릿 걸어내려오며 무장사지도 들러서 무장사 삼층석탑도 보고 다람쥐가 재주넘는 것도 보고 하다가보니 결국 막차를 놓치고 말았다. 다행히도 택시가 있어서 차가 있는 곳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다.

 

                              무장사지 뒤편에 버티고 선 삼층석탑 - 정말 반듯한 신라시대의 멋을 지닌 석탑

 

 

그래도 백수에게 연휴는 무서운 것이다. 돌아오는 길은 신호에 막히고 차량정체에 막히고 부대끼는 짜증스런 귀로였다. 그래도 하늘을 향한 계절의 마지막 절규, 억새의 장관을 본다는 것은 역시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