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30년 후에… 』

일흔너머 2008. 4. 13. 21:35

 

20여 년 전 교직원회의에서 일이다.


"교장 선생님이나 저 같은 사람은 앞으로 몇 년 후면 교직을 떠납니다. 그러나 지금 이 교무실에 계시는 젊은 선생님들은 오늘 이 시간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요즘 휴게실에서 30년 전에 봉직했던 어떤 교장선생님의 그릇된 점을 비웃고 흉보듯이 교장선생님께서 지금 잘못 판단했을 때 그것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우리는 바로 그 점을 명심하고 오늘의 문제를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학교 문제로 격론을 벌이던 중에 어떤 원로선생님이 일어나 고집을 꺽지 못하는 교장선생님께 하시던 충정 어린 말씀이 생각난다.

 
어느 집단에서나 지도자의 잘못을 꼬집어 충고해 준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특히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유교사상이 밑바탕에 흐르는 우리 사회의 정서도 정서려니와 모든 결정권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지도자의 경우에는 더욱 힘들고 어렵다. 거기다가 지도자란 사람이 충고하는 사람의 인사권까지 가진다면 아예 바른 말이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권력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우리 나라의 대통령을 빼고는 말할 수 없다.

그 옛날의 제왕에 가까울 정도로 대단하니까 말이다. 그 대통령에게 바른 길을 충고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렵겠는가.

특히 오랜 세월 턱끝으로 남을 부리던 버릇에 깊이 물던 고집 센 늙은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내가 낸데...'하는 아만과 고집은 독재의 길을 걷게 되고 누구로부터의 아픈 충고도 없이 몇 십 년 동안 좋은 말만 듣고 국정을 그르치다가 임기가 끝나갈 때 비로소 수렁에 빠진 자신과 멋모르고 함께 우쭐대던 가족들의 잘못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지난날, 우리 대통령들이 걸어온 길이었다.


평소 지도자와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라든가 아니면 지도자의 인간 됨됨이가 너그러워서 충언을 잘 받아들이는 경우를 제하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바른말하는 것이다.

때문에 대통령이 훌륭한 지도자로 역사에 남으려면 자신의 주위에 정말로 사심을 갖지 않은 훌륭한 친구를 두거나 아니면 차라리 멋진 정적(政敵)을 키우는 일이다.

해서 그들로 하여금 끊임없는 비판을 받아 자신의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

 

지금은 어물쩍 그렇게 지나가지만 30년 정도의 먼 훗날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바른손 』  (0) 2008.04.15
『 군복무와 양심(良心) 』  (0) 2008.04.14
『 까만 머릿결 』  (0) 2008.04.12
『 사랑하면 벗겨라 』  (0) 2008.04.11
『 금호강 둑길에서 만난 어린 왕자 』  (0) 2008.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