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가 큰일이다 』 닷새에 한번씩 열리는 장날은 시골 사람들의 행복의 장(場)이다. 만남이 있고 대화가 있고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소통의 시간이다. 때문에 온갖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전파되고 흩어지는 것이다. 박 영감은 이른 조반을 먹고 장으로 나섰다. 오늘은 힘든 농사일도 거의 끝나고 해서 가을 겨울 두 .. 소설 2008.07.30
『 헐무리한 노인 』 "허허 참, 사람 사는 게 그런 거 아니겠소.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는 게고 세월이 흐르면 노인이 되는 거고……." 노인은 나물 비빔밥 한 숟가락을 입보다 크게 떠 넣으며 쳐다보지도 않고 넋두리를 내 놓았다. 지금껏 대화의 상대를 못 만나다가 무척 반가운 모양이었지만 나는 노인의 얼굴에 무슨 .. 소설 2008.05.01
『 수상 소감(受賞所感) 』---(3) 우리 나라 사람들이 동남아 여행을 하면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소위 '보신관광'이란 것 때문입니다. 그러나 징그러운 뱀을 보신한다고 억지로 먹거나 쓰디쓴 곰의 쓸개를 먹어대는 이유를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정력 때문이라고 쉽게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우리가 .. 소설 2008.04.22
『 수상 소감(受賞所感) 』---(2) 처음 마이크를 잡고 어눌하게 이야기할 때와는 다르게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학교에서 학생들을 앞에 두고 수업을 하듯 안정되어가고 듣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였다. 『아마 저의 기억으로는 둘째가 초등학교에 막 입학하였거나 아니면 2학년 정도의 어린아이 때였습니다. 저의 딸이라서 자랑으로 .. 소설 2008.04.21
『 수상 소감(受賞所感) 』---(1) 약속된 시간은 벌써 오 분 정도 지나있었으나 단상에 자리가 여럿 비어 있는 것으로 보아 정작 시상을 할 사람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다. 실내는 어수선한 분위기였고 조명 탓인지 사람들의 얼굴이 조금은 상기되어 있었다. 홀은 넓고 천장이 높아서 사람들끼리 하는 말이나 물건 부딪히는 소.. 소설 2008.04.18
『……』--- (4) "……" 기가 막혔다. 어쩔 것인가? 무어라 위로의 말을 찾지도 못했지만 지난 일을 생각하면 안씨에게 그저 부끄럽고 미안할 따름이었다. '어린 가슴에 못을 박다니……아, 내가 몹쓸 짓을 했구나.' 학기초가 되면 학생들과 정(情)들지 않았을 때, 영(令)을 세우지 못하면 한 해 동안 학급의 질서는 무너.. 소설 2008.04.16
『……』--- (3) 대학을 가려면 입학시험을 보기 전에 학력고사란 것을 치르던 시절이 있었다. 만점이 340점이었는데 기억에 안씨는 320점 이상을 받아서 도내에서 수석을 하였고 서울대 법대 법학과를 자기 집 방문 열고 들어가듯 그렇게 쉽게 입학하였다. 그때 박 선생이 안씨를 담임하였다. 박 선생은 안씨가 가정 형.. 소설 2008.04.14
『……』--- (2) 박 선생은 원래 주량도 적은 데다가 더운 오후에 소주 두어 잔 들이키고는 피곤한 듯 영 맥을 추지 못한다. "선생님은 한석봉 엄마가 진짜로 직업이 뭔 줄 압니까?" 이건 아무래도 박 선생을 너무 무시하는 것이다. 이때껏 말이 없던 박 선생은 자신도 모르게 내뱉었다. "허허……" 기가 차는 듯 안씨 얼.. 소설 2008.04.13
『……』--- (1) 한줄기 소나기가 지나간 뒤끝이지만 구멍가게 안은 여전히 후텁지근하다. 문이란 문은 사방 다 열어 놓아도 아무렇게 진열된 온갖 물건들 때문에 바람이 잘 통하지도 않고 원래가 나지막이 지어진 판자 집이라 여름에 시원함이나 겨울에 따뜻함을 기대한다는 것은 애당초 거리가 멀었다. 거기다가 요.. 소설 2008.04.12
『 삶의 향기 』--- (4) 유치장이란 곳이 그렇다. 교도소와 달라서 온갖 잡범들이 설치는 곳이다. 가족들과의 면회만 해도 차라리 수의를 입고 조용히 만나는 것이 낫지 이건 수갑을 차고도 비웃두룸 엮듯 꽁꽁 묶어 내놓는다. 그러니 가족들이나 친지들이 그 꼴을 보면 먼저 어기(語氣)부터 막힌다. 이런 험한 기간을 여덟 달.. 소설 2008.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