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바람 풍(風) 』

일흔너머 2008. 8. 19. 09:48

 

과거에 자신은 이룰 수 없었던 일을 자식에겐 그것도 못 하느냐는 식으로 나무라며 닦달하는 이들을 자주 보았다.

학교 다닐 때 공부하기 싫어서 게으름만 피우다 학업을 포기한 부모라 할지라도 자식을 키우면서,
"나는 공부하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다"
고 하며 자식들 앞에서 난리를 치는 사람도 많이 보아 왔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라.

자신이 하기 싫은 것은 자식도 마찬가지일 테고 자신이 어려워 이루지 못 했다면 자식이나 다른 사람도 어려운 것이다. 어찌 스스로는 '바담 풍' 하면서 다른 사람은 '바람 풍' 하기를 바랄 수 있는가?

 

특히 요즘에는 사회지도층 인사들 중에도 이런 경우가 많다.

자신은 엉뚱한 짓을 저지르면서 말만 앞세우고 다른 사람은 실천하기를 바라는 경우를 종종 본다. 무식하고 몰라서 하는 짓이라면 욕심 때문에 그렇겠지 하고 이해 할 수 있지만 이건 그렇지도 않다. 그렇게 하면 된다고 주장하며 뻔히 아는 사람이 정작 자신은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이렇게 하면 된다고 동네방네 큰소리는 혼자 치는 것이다.

 

어느 날 사랑 받는 아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된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어서 전국의 사랑 받고픈 별난 아내들의 귀를 빼앗아 가더니 정작 자신은 사랑 받지 못하고 이혼을 했다. 그렇게 떠들고 다녔으니 언제 가정에 충실할 시간이 있었겠는가? 세상일이란 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증거다.

 

또 어느 저명한 정신과 의사는 무슨 까닭에 늘그막에 그것도 자식까지 팽개치고 이혼을 하더니 요즘은 주부들에게 가정에 대해 무슨 특강을 한단다. 사람 사는 가정사(家庭事)가 세 치 혀로 나불댈 만큼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거저 말없이 어렵게 묵묵히 견디며 살아가는 성실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제 잘난 척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어려운 때 가정을 다독이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엇을 떠든단 말인가?

최소한 이혼을 했다면 가정을 지키며 살아가는 부부들을 존경하지는 않더라도 자신이 오히려 그들의 인내와 성실을 배우려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부끄러워해야 하고 겸손해야 한다.

 

좀 배우고 안다고 자유와 개인주의를 들먹이며 떠벌리는 말장난은 이제 이사회에서 역겹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

진실을 떠나 조그만 이익이나 유혹에 흔들려 가정을 지키지 못한 인간들의 자기변명은 스스로를 위해서도 그만두어야한다.

 

시인 '정지용'은 「아무렇지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헐벗은 아내」라고 표현하였다. 이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모두가 예뻐야 하고, 그래서 화장을 덕지덕지하고, 사랑 없이는 못 산다고, 그래서 매일 사랑한다고 재잘대다가 하루만 놓쳐도 이혼하고, 속내는 보려고도 않은 채 조금도 참지 못한다면 이 세상이 너무 허무(虛無)하지 않겠는가?

 

자신이 '바람 풍'이라고 똑바로 말하고 실천할 수 없으면 차라리 뭇 사람들 앞에 나서는 만용(蠻勇)은 부리지 말아야한다.
말만 앞세우는 무책임한 무리보다 꾸준하고 말없는(無言) 행동과 실천이 나라와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실천 없이 얄팍한 지식인의 말로만 되는 일은 일찍이 이 세상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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