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차로의 가을 』
온달 金 義淳
신호가 바뀌어 교차로에 섰습니다.
모롱이에는 조그만 휴식공간이 있고 세파에 찌든 개기름
낀 사내가 벤치에 앉아있었습니다. 빈틈없이 놓인 보도의
틈을 비집고 우연처럼 노란 채송화 서너 송이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내는 영광스런 어제를 반추하는지 아님 따
뜻한 햇빛에 녹아 내일을 꿈꾸는지 머리를 가슴에 박고
한껏 어깨를 접었습니다. 어쩌면 대책 없는 내일을 팽개
치고 싶은 마음에 길바닥 채송화에 빠진 척 하는지 모릅
니다. 그러고는 꽃이 지기를 기다리는지 씨앗이 싹틀 아
름다운 계절이 다시 찾아오길 기다리는지 꼼짝도 없이
수그려 있었고,
신호가 바뀌어 교차로를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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