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

『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

일흔너머 2009. 5. 6. 12:44

어린이날,

청송 주왕산 수달래 축제(5월 2일-3일)에 갔습니다

그런데 이미 축제는 끝나고 어린이날이라고 찾아온 사람들이 붐볐습니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주왕산 기암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국립공원이라고 주차요금이 물경 5,000 원.

깜짝 놀랐습니다.

국제공항의 하루 주차요금보다 더 비싼 이유를 물었습니다.

우리 나라 국립공원이 다 똑 같다고 그러네요.

하긴 젊은 사람들과 입씨름해 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저 딴 세상에 왔거니 하는 기분으로 마음을 다독거리는 겁니다.

화를 내면 자칫 명이 짧아지는 경우도 생기거든요.

 

 

             [심외무법이니 일체가 유심조라는 대전사 현판의 아랫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주왕산 입구에서 또 입장료 2,000원을 내라고 합니다.

집사람과 함께 신도증을 차에 두고 왔노라하니 그냥 들어가라 하네요.

아니면 한참 걸어가서라도 가지고 오려고 마음 독하게 먹었더랬는데...

그 젊은 이가 아까 주차요금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아는지 다독거려 줍니다.

사람들은 대전사보다 그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길은 가파르지 않아서 산책하는 기분입니다.

유모차를 끌고 슬금슬금 올라가면 가족 나들이로 좋을 것 같은 길입니다.

 

봄입니다.

온 세상이 파란 새싹의 향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눈이 시립니다.

어린이로부터 꼬부랑 할머니까지...

 

 

             [ 할머니는 허리가 굽은 탓에 땅만 보고 걸었고 아이는 천방지축 호기심에 헤매고...]

 

스핑크스의 수수께끼가 생각났습니다.

아침에는 네발로 걷다가 점심 때는 두발로 걷다가 저녁에는 세발로 걷는 동물...!

산에는 그 모두가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는 호기심으로 발앞의 돌부리는 보지도 않고 천방지축입니다.

작은 돌을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아는 날이 올겁니다.

차라리 큰 돌은 눈에 보이니 피할 수 있지만 작은 장애물이 실패를 가져온다는 걸 아는 날,

그때야 비로소 성숙하는 거지요.

꼬부랑 할머니는 뭐가 그렇게 바쁜지 그저 땅만 보고 걸어갑니다.

주위에 절경을 두고도 허리 펴고 옳게 한번 둘러보지 못하는 할머니가 안타깝습니다.

지나간 세월을 한탄해야 할까요. 아니면 다가오는 내일을 기다려야 할까요.

 

학소대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마침 옆에서 함께 쉬던 젊은 부부가 나누는 이야기가 귓가에 흘러 들었습니다. 

젊은 아낙은 조용조용 남편에게 불평을 틀어놓고 있었습니다.

'차츰 날씨가 더워 오고 난 몸이 무거워 고생하는데 자기는 밤새 술을 먹고 거들떠 보지도 않고...'

이야기를 듣다가 얼마나 우스운지 자연스레 그 부부에게 우리 둘째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예정일이 6월초, 그런데 사위는 어제 저녁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하고 늦게 들어왔었다고.

너무나 같은 환경이라 그들에게 잠시 나의 젊은 시절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거꾸로 생각해 보라고 말입니다.

'만약 직장에서 함께 하는 동료가 없다면 오히려 따돌림 당하는 것이 뭐 좋겠느냐?'하고 말입니다.

사는 게 다 그렇다는 것 아닙니까...!

 

 

             [제1폭포로 가는 협곡은 타이완의 태로각 협곡보다 못하지 않았습니다....]

 

             [가뭄으로 폭포는 그 위력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더 멀리 가지 않고 제1폭포에서 돌아서 주왕굴과 암자를 둘러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날이 가물어 수달래 꽃도 개울을 따라 띄엄띄엄 보였습니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는 제법 산천을 수달래가 덮을 것 같더니만 말입니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사인가 봅니다.

 

 

             [길 옆으로 일부러 조성한 수달래 꽃밭에는 연약한 묘종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길도 먼지가 폴폴 날 정도로 날씨가 가물어서 탈입니다.

산행으로 덮어쓴 먼지는 조용한 온천이 좋습니다.

청송읍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는 관광호텔에 [솔기온천]이 있습니다.

목욕비 6,000원 다소 비쌉니다.

솔-소나무, 기-기운...그래서 소나무의 기운을 받은 온천이란 설명이었습니다.

사람이 적고 조용하여 오래 즐길 수 있고 또 온천의 물이 좋았습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받지 못한 곳,

경북 북부의 오지.

B.Y.C.(봉화, 영양, 청송)

그 중의 한 아름다운 곳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