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웃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

『 능력에 대하여 』

일흔너머 2009. 8. 27. 15:11

 

 

육군 중위를 달고 보병대대의 본부중대장을 할 때다. 중대장은 대위들이 하지만 병력이 적은 본부중대는 중위에게도 맡겼다. 말이 중대장이지 본부중대는 거의 모든 병력이 차출되어 나가고 점호를 할 때 보면 겨우 일여덟 명이 남아있다. 그래서 평소에는 별로 할 일이 없었다. 그러니 또 하나의 직책을 겸직으로 받았다. 대대 정보장교였다.

 

그러나 그것도 크게 할 일은 없었다.

겨우 비밀이나 잘 보관하고 어쩌다 작전이 있으면 작전장교가 알아서 정보 상황을 편성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대위들이 하는 중대의 일을 보면 정말 아무것도 없는 작업반장역할이나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도 항상 대대장으로부터 욕을 먹고 우리가 봐도 왜 저런 짓거리를 하는가 싶을 정도인 장교가 있었다.


심지어 사병들이 유행을 따라 멋을 부린다고 바지를 줄여 입는 것을 보고 따라서 줄여 입는 장교도 있었다. 장교의 신분으로 단속하고 말리지는 못할망정 따라서 하는 것을 보고 정신적으로 좀 모자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는 평소에 걸을 때도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깡패처럼 걸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사병들에게 항상 손가락질을 받았다. 물론 중대 병력을 통솔하는 데도 지장이 많았다. 그래도 나가면 장교라고 대위 계급을 달고 으스대며 살았다. 같은 계급이라도 속을 들여다보면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사병도 마찬가지였다. 업무를 잘 수행하는 부대의 일꾼이 있는가 하면 항상 뒤에서 처져 빌빌대는 녀석들도 있었다. 소위 말하는 [고문관] 말이다. 그렇다고 사람마다 월급날 받는 급여가 다른 것은 아니다. 계급과 호봉에 따라 그저 일률적으로 일을 많이 한 사람이나 적게 한 사람이나 똑같이 받는 것이었다. 그러니 자연 일을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며 시간만 보내고 놀고자 하는 사람이 군에는 많았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결국 경영자 입장에서는 자연 같은 임금으로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대학을 나왔다고 다 같은 능력의 소유자는 아니다. 같은 대학을 나와도 일을 수월하게 빨리 처리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다른 사람이 한 시간에 처리할 것을 며칠을 끙끙대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의 문제를 알 수 있다. 하나는 같은 집단에서도 능력이 다른 사람이 섞여서 그 수확물을 나누어 먹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집단에 섞여서 그럭저럭 살아가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욕망이란 것이다.
예를 들면 요즘 인기가 있는 교사나 공무원 직업이 그렇다.


일단 교사나 공무원이 되면 크게 하자가 없는 경우 일생이 보장된다. 매일 출근을 하고 건강이 허락하여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공무를 보면 정년 퇴직까지 아무 지장 없이 근무할 수 있는 것이다. 정말이지 큰 영광은 없어도 그렇다고 큰 고비도 없는 나름의 삶이다.

 

그런데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교사라고 다 같은 교사가 아니란 것이다. 공무원이라고 다 같은 공무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선생님은 아이들이 따르고 가르치는 데 있어서도 정말 똑 소리나게 가르치는가 하면 어떤 선생님은 같은 교사가 봐도 기가 막히는 구석이 있어서 서로 섞이지 않으려 하고 항상 아이들에게서 비웃음을 사는 그런 선생님도 있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자기업무를 훤히 꿰뚫고 있어서 민원인이 무얼 원하는지 또 자기 담당지역에서 무얼 원하는지 알고 솔선수범하는 공무원도 있고 그저 말썽만 부리는 공무원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나 공무원은 월급쟁이다. 시간이 흐르면 그저 호봉에 따라 다 같이 급여를 받는다. 그리고 밖에 나가면 마치 같은 계급을 단 군인들처럼 통틀어 다 같은 선생님이거나 주사인 것이다.

 

우스개로 [그렇게 복잡한 콩나물 시루에도 누워서 자라는 녀석이 있다]라는 말처럼 다른 사람이 아무리 바빠도 할 일이 없는 교사와 공무원이 있다.

요즘 공무원 채용 시험과 교사의 임용 시험이 별나게 경쟁이 치열한 이유 중에는 이렇게 우열의 구별이 없는 단체에 섞여 무사안일로 살고 싶은 욕망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