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하느님,저는 많은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그저 자식들이 크게 벗어나지 않아 속상하는 일 없고 큰 풍년은 아니더라도 한해 식구들 먹을 양식 걱정이 없을 정도만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식구들 모두 큰 병이 없어서 그저 그렇게 걱정 없이 살 정도만 되도록 해 주십시오.」하고 한 농부가 기도를 했더니 그 기도를 들은 하느님,「덱키, 그런 세상이면 내가 가서 살겠다.」하더라는 우스개가 있다.
그렇다. 사람 사는 세상에 어디 걱정 없고 속상하지 않는 일이 있겠는가?
하지만 바라건대 남부럽지 않은 그런 것이 아니라
후미진 곳이라도 좋다.
그저 스무 평 남짓 땅이 있었으면 좋겠다.
수밀도 서너 그루 심겨진 도화(桃花)골,
야트막한 산비탈 자투리 땅 말이다.
교통이 편리하고 도시와 가까워 땅값이 올라가는 땅 투기 같은 그런 건 아예 바라지 않는다.
너무 넓거나 비옥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황토 자갈밭에 서너 그루 수밀도를 심을 스무 남은 평이면 좋겠다.
비좁지만 바람 잘 지나는 곳에 제법 높직한 원두막을 세우고,
이름만은 '도화정(桃花亭)'이란 멋스런 현판을 걸고 싶다.
봄이면 복사꽃이 분홍빛으로 화사하게 피어 멀리서도 도화골이란 이름값을 하면 좋겠다.
하는 일없이 빈둥대지만 하루해가 짧게 느껴질 정도로 사소한 일들이 일어나 정다운 사람과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루하루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름이면 원두막 밑으로 작은 실개천이 흐르고,
간간이 들리는 뻐꾸기 울음소리에 솜털을 두른 복숭아 푸른 열매가 알몸으로 햇빛을 받고 귀여운 아기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가을이면 멀리 있는 친구에게 소식을 물으리라.
늦게나마 휴가는 다녀왔는가.
건강은 어떠한가.
여유가 있으면 잠시 얼굴이나 한번 보자.
그리고 찾아오는 친구에게 나의 일 년을 자랑할 것이다.
솜씨가 좋아 과일이 너무 멋들어지게 굵을 필요도 없다.
세월이 어쩌지 못하고 만든 늙은이처럼 억지로라도 제철에 먹을 수 있게 그저 익어만 주면 된다.
수밀도는 본래 그렇다.
마치 사람의 개성처럼 하나하나가 그 맛과 향이 다르다.
잘난 녀석이 있는가하면 못나고 꼬부라져 메마르지만 속 깊은 향을 간직한 녀석도 있다.
과일이 크거나 작거나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밭도 마찬가지 그저 스무 남은 평,
수밀도 서너 그루 서 있는 땅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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