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7재 보선에서 여당이 완승했다.
지금껏 재, 보선에서 여당이 이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재, 보선에서는 어지간한 사건은 대부분 여당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 야당을 이기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재, 보선은 여당의 무덤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이번 재, 보선을 앞두고 여당의 한 의원이 성추행이란 사건에 휘말리면서 가뜩이나 민감한 국민들의 감정을 건드리게 되어 이번 선거에서 이긴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선거결과는 오히려 야당이 참패를 하고 여당이 이겼다. 이 결과를 놓고 언론은 두 가지 이유를 가져다 붙인다. 하나는 여당의 대국민 읍소작전이 먹혀들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지난 선거에서 야당이 너무 많은 지지를 얻어 그 견제로 여당이 이겼다는 평을 내 놓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언론이 결과를 보고 이유를 갖다 붙이기는 참 잘 한다. 무슨 증권회사의 애널리스트들처럼 예측은 엉터리로 하면서 이미 지나간 결과에 대한 해석은 잘도 가져다 붙이는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것도 4대강 개발이 국민을 돌아서게 했다는 둥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이 어쩌고 하는 그런 차원에서 해석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선거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여당 지지자들은 거의가 보수적인 노인 층이다. 그 노인들은 젊은이들보다 머리가 총명하고 손이 재빠르지 않다. 자신의 판단은 이 사람인데 엉뚱하게 저 사람을 찍기도 하고 눈이 어두워 파란 색을 찍는다는 것이 노란 색을 찍기도 한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한꺼번에 여덟을 찍으라고 했으니 어떻게 차근차근 제대로 찍을 수 있었겠는가. 판단은 느리고 마음은 바쁘고 결국 무효표를 양산하고 말았다. 그 결과가 여당의 참패로 나타난 것이다. 사실 내가 기표소에서 기표도 하지 않은 파란 투표용지를 두 장이나 주웠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그 투표용지를 내가 건네자 둘둘 말아 그냥 투표함에 넣고 말았다. 아무 표시도 없이 그냥 넣었기 때문에 나도 별 참견을 하지 않고 나왔다. 모르긴 해도 그런 무효표가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았겠는가.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겨우 한 사람을 고르면 되는 것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 이름 밑에 꼬옥 찍을 수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투표율도 높았다.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이 이길 것이라 예측했지만 천만이다. 그 높은 투표율은 지금껏 가만히 있던 보수층이 마음먹고 나선 결과다.
야당 견제에 나선 보수의 결집, 말이다. 젊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고 바쁘다는 핑계로 선거를 외면할 때 보수 꼴통(?)들은 투표장에 나섰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선거의 결과는 여당이 국민에게 낮은 자세로 다가간 결과도 아니고 야당을 견제하려는 국민의 뜻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선거 방법이 쉬웠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선거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선거가 항상 민의(民意)를 나타낸다고 볼 수는 없다. 아주 엉뚱한 바람 한번 잘못 불어 만들어지는 것이 선거다. 마치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한치만 더 높았더라면 세상은 달라졌을 것이란 유명한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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