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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덕션 」

열정과 패기 거기다가 고집 하나로 젊은 날을 버티고 신혼 살림을 차렸습니다. 70년대에도 물론 전기밥솥이 있었습니다. 유명한 일본의 코끼리 어쩌고 하는 걸 사려고 줄지은 사진이 신문에 까십거리가 되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여자는 연탄불에 냄비로 밥짓는 기술을 가지고 결혼해야 한다는 나의 신조는 신혼살림에 전기란 말이 붙은 건 얼씬도 못하게 했습니다. 친구들이 사준 14인치 조그만 흑백 TV가 유일한 전기 제품이었습니다. 연탄불에 밥하고 급하면 석유 곤로(곤爐-일본말)에 된장 끓여 함께 하던 방 하나 이천 오백 원짜리 삭을 셋방이 그리운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십여 년이 흘러 아이들 셋을 키우며 겨우 가스렌지란 걸 알게 되었고 도시가스를 설치한 것이 육십 중반의 일입니다. 세월이 살같아서 그 세 아..

수필 2020.11.25

「선동(煽動) 」

믿기지 않으면 실제로 한번 해보십시오.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만 다소 위험하니 주위를 둘러보고 차(車)가 오지않을 때 해야 됩니다.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가자......" 하고 친구와 건너는 척하면 신호등이 붉든 푸르든 보지도 않고 그냥 나섭니다. 물론 장난이지만 대중은 어느 새 자신을 잃고 누군가의 한마디에 옳고 그름의 판단없이 끌려 가는 겁니다. 6, 70년대에는 친구들과 함께 데모도 많이 했습니다. 등록금 인상 반대부터 독재타도, 민주화 등등...뭘 모르면서도 친구 따라 냅다 손흔들고 그랬습니다. 한 마디로 선동꾼의 꼬임에 빠져 수업이 없으면 뛰쳐나갔습니다. 그러다가 가까운 친구가 넘어지거나 잡혀가면 욱하는 마음이 생겨 더 심하게 주먹을 쥐게 되더라고요. 웃기..

칼럼 2020.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