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웃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

『 인생이 별 거더냐? 』

일흔너머 2008. 4. 7. 09:40

 <중국여행시 상해 푸동공항에서의 막내, 이때부터 막내는 항공기 정비에 대해 관심을 보여 지금은 대구 K2 비행장에서 근무한다.>

 

 

"여기다 찍으면 됩니다."
낯선 사람이 내미는 서류뭉치에다 도장을 찍어주면서 잘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이겠지 라고 생각하였다.

하도 비행기소음이 심해서 집단으로 민원을 제기하려고 한다며 자신이 모든 비용을 담당하고 보상금이 나오면 변호사비용을 제하고 나머지를 마을 사람들에게 고루 나눠준다던 것.


그런데 보상이고 뭐고 아무 소식도 없고 시끄러운 비행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뜨고 내린다.

우리 집은 그래도 낫다. 비행기가 뜨는 방향에 있는 곳은 더하다. 정신이 없을 정도라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한 오분은 입을 다물고 중단한 채로 멀거니 바라만 보고 있다. 마침내 비행기가 다 뜨고 나서 조용해지면 다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요즘 그 비행기소리가 아내와 나의 관심거리가 되었다.
특히 야간에는 비행기 뜨는 소리가 없어야 막내가 퇴근을 하는 것이다.

 

처음 출근하고 돌아온 막내는,
"아버지, 활주로를 박차고 올라가는 비행기를 뒤에서 바라보면 대단합니다. 한 대가 올라가고 뒤따라 또 한 대가……, 서로 교차하면서 선회하는……얼마나 아름다운지. 멀리 밖에서 보는 것하고는 천지 차입니다."
라는 눈빛에는 지금껏 한번도 보지 못했던 흥분과 열정으로 가득 차있었다.

 

막내는 비행기소리가 그렇게 시끄러운데 오히려 그 소리에 흥분되고 열정이 끓어오르는 모양이다. 덩달아 흥분된 나는 막내의 이야기를 들으며 속으로,
'그래,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다. 평생 직업은 그런 걸 택해야지.' 라며 혼자 중얼거렸다.

'인생이 별거더냐, 자기 하고싶은 것 하면서 사는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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