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가을에 핀 민들레 』

일흔너머 2008. 4. 7. 13:14


 첫서리가 내린 아침, 등교 길에 노오랗게 핀 민들레를 길가 풀숲에서 보았다.
도대체 왜 저렇게도 늦게 피어서 언제 씨앗을 맺고, 또 무슨 바람이 불어 그 씨앗을 날려보내겠단 말인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하기야 우리 학교 교정에 있는 자목련은 해마다 봄에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또 무더운 여름에도 계절을 잊은 채 간간이 두어 송이씩 나무 꼭대기에다 그 아름답고 귀한 꽃을 피운다. 짧은 봄에 못 다한 열정을 쉬엄쉬엄 내뿜는 듯 따가운 여름 햇살아래에서 보라 빛으로 혼자 그윽하다.


사람들은 요즈음에 계절이 없다고들 한다. 한여름에 얼음 먹는 것을 희망하다가 냉장고를 이용하여 사계절 얼음을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겨울에 수박과 참외 같은 여름과일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또 농부들은 다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일찍 생산하여 더 높은 수익을 올리려고 경쟁을 하다보니 농산물의 계절은 그야말로 제철이라는 것이 없어진 세상이다.

 
그러나 한방에서 옛사람들의 현명한 이론으로는 제철에 나는 과일과 채소를 먹어야 몸 속의 균형을 유지하고 해(害)가 없다고 한다. 어리석은 생각에도 수긍이 가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살아가는 철(季節)이 있는 것 같다.
이십대까지는 평생을 살아갈 건강을 챙기고 습관을 배우고 익혀 살아갈 힘을 키우는 토대로 살아야하며,

삼십대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또 이웃과 불같이 뜨거운 인연을 만들고 추억을 쌓으며 살아야하고,

사십대에는 인생의 질긴 인연을 욕심으로부터 끊어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하며,

오십부터는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위하는 큰 희생으로 세상에 보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만약 신이 허락한다면 육십부터는 다음 생(生)을 준비하는 조용한 지혜의 장(場)으로 살고 싶다.
하여,
"그 친구 멋쟁이였다."는 짧은 평을 간 뒤에 듣고 싶다. (2000-10-06)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막내 이야기 』  (0) 2008.04.08
『고요와 적막감 속에서』  (0) 2008.04.08
『 그 겨울, 추워도 좋겠다 』  (0) 2008.04.07
『 미완성, 그 아름다움 』  (0) 2008.04.07
제1회 국민카드 사이버 문학상  (0) 2008.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