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

『 대륙의 겨울바람(상해-장가계-소주-항주 』 - (3)

일흔너머 2008. 4. 9. 15:46

<발 마사지>

 <단체로 발마사지를 한다며 아내와 함께...>


저녁식사 후에는 옵션으로 발 마사지를 받았다. 1인당 6000원 정도의 팁을 추가로 부담해야 했다. 먼저 한약재를 달인 물에 발을 담그고 한참 기다렸다. 마사지를 하는 여자들은 언뜻 보기에 무척 앳되어 보였는데 나이를 물으니 모두 20대였다. 나를 마사지 해준 아가씨는 23살이라는데 3살 난 아이가 있다며 아가씨라고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곁에서 아내는 이것저것 물었지만 나는 그대로 드러누워 잤으면 좋을 만큼 삼일간의 장가계 여행에 몸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잃어버린 하룻밤>

 <천하제일경이란 경치를 뒤로 석회암의 풍화작용으로 자연의 거대한 다리가 파여져 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가이드의 말이 내일 일정은 천자산에 눈이 많이 와서 셔틀버스가 움직이지 못하니 취소를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장가계의 가이드는 연변에 사는 조선족 교포였는데 북한의 말씨를 쓰는 자그마한 아가씨였다. 북한의 말이란 것이 투박하고 어순(語順)이 우리와 앞뒤가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는 까닭에 잘 알아듣지를 못했는데 그것이 문제였다. 내가 원하는 것은 셔틀버스가 움직이지 못해도 케이블카를 타고 볼 것은 다 보자는 것인데 이 아가씨는 셔틀버스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내려올 때 케이블카를 이용하든지 아니면 반대로 케이블카로 올라가서 엘리베이터로 내려오든지 해야하는데 우리는 그 둘을 엘리베이터로 이미 이용을 했으니 돈이 문제였다. 누군 안 그렇겠는가마는 이렇게 멀리 중국에 또 언제 올 것인가, 까짓 그 얼마의 돈이 대순가. 볼 건 보고 즐긴 건 즐기자는 데로 의견이 일치되어 다시 장가계의 최고봉이란 천자산을 케이블카로 올라가기로 정했다.


장가계의 입구에는 중국 사람들 나름의 치장을 새로 하는지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커다란 뫼 산(山)자 모양을 나타내고 그 가운데다 '무릉원(武陵源)' 즉 무릉도원이란 의미의 간판을 크게 달았다.
세상에 이런 일이……. 우리들의 축복인가? 날씨는 점점 맑아오고 하늘은 오히려 어제보다 더 청명하지 않는가?

우린 이번 여행의 하일라이트라고 감히 말하며 즐거운 경치구경에 같이 간 동료를 잊을 뻔했다.


무릉(武陵)의 어부가 곡천(谷川)을 거슬러 올라가 도화(桃花)가 만발한 숲 속의 동굴에 들어가 보니, 진(秦)나라의 난리를 피해 이 산 속으로 옮겨온 사람들의 자손들이 평화스럽게 살고 있었는데 관대(款待)를 받고 마을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다시 찾아갔으나 찾지 못하였다는 전설의 땅. 그래, 아마 나는 그 무릉도원에 잠시 다녀온 기분이다. 5박 6일의 여행을 하며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기억이 없다.

장가계에서 지낸 날들이 이틀인지 사흘인지 중국인이 지상의 낙원 또는 별세계로 상상하는 도원향(桃源鄕)에 빠져 기억을 잃어버렸다.

마치 도원에서 길을 잃은 바로 진나라의 그 어부같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