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산골에는 』
온달 金 義淳
시간이 멈춰 있었습니다.
시든 호박잎사귀 위에 내린 하얀 서리가 그랬고
조용히 뒤꿈치 들고 지나는 바람도 그랬습니다.
새벽 공기조차 달랐습니다.
떨어지는 낙엽이 나뭇가지를 건들고 나누는
마지막 작별 인사는 우리들의 어깨를 밀어
빗소리처럼 신비의 늪으로 데려 갔습니다.
아내는 내 손을 잡은 채
그 적막감 속에 우두커니 서서
낙엽이 지는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멀리 농가에서 밥 짓는 연기는
한가한 황소의 헤픈 울음에
이무기의 전설을 듣는 아이처럼 납작 엎드려 있었고
늙수그레한 노인 뒷짐진 걸음에는
시간이 빨리 가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습니다.
당신과 나의
그 산골에는
다만 고요히
시간이 멈춰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