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웃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

『 생각은 서구식, 행동은 한국식 』

일흔너머 2008. 5. 12. 09:14

 

지난 이야기다.

누구말로는 태풍 매미가 올라오는 날 청와대 대통령은 뮤지컬을 감상했단다.

이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지도자의 아름다운 여유다.

다만 우리의 정서가 이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미국의 대통령도 걸프전 때 휴가를 갔다고 예를 들면서 국민들을 가르쳤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은 미국식으로 하고 행동은 우리 전통 방식으로 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구태여 미국을 예로 든다면 대통령이 언론에서 대통령 대접을 안 해 준다고 투정을 부리지는 않았어야 했다. 미국 대통령이 언론사가 대통령대접 옳게 안 해 준다고 불평한 적이 있던가?

 

이렇게 우리는 태풍이 온다고 대통령이 기다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라며 서구식 합리를 주장하다가도 자기의 잘못을 지적하는 손가락질에 대해서는 한국식 권위를 내세우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이런 예는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우리 모두가 그렇다. 학교교육은 미국식으로 생각하게 하였고 어른들로부터 물려받은 생활습관은 유교적 권위에 잠긴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즉「생각은 서구식, 행동은 한국식」으로 살아왔다는 말이다.

 

딴은 진보적이라는 요즘의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다.

만약 부모가 자식들에게 이렇게 혹은 저렇게 하라는 식으로 부모의 의견을 내고 따르라고 해 보라. 다소곳이 듣고 있지만은 않는다. 제발 그만 두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난리다. 그리고는 다 컸으니 자신이 알아서 하겠단다.

그러나 필요 할 때 말로만 다 컸지 경제적으로 어디 그런가.

 

나이가 서른이 넘어 대학을 졸업하고 박사가 되어서도 독립하려는 마음가짐은 없는 것이 요즘 우리 나라의 젊은이들이다.

거기다가 하고픈 것은 뭐든 다 하고 지낸다.

생각은 서구적으로 부모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 하지만 서구의 젊은이들이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은 생각지도 않는 데 반해 우리의 젊은이는 그런 경제적 독립은 생각지도 않는 것이다.

 

또 대학을 부모로부터 받은 돈으로 다니다보니 학교 앞에는 온갖 술집이 판을 치고 사치문화를 창조하는 곳이 대학교 앞이다.

돈은 벌지도 않는 학생들이 무슨 커피가 맛이 어떻고 무슨 칵테일이 어떠니 하며 카페라는 고급 레스토랑이 줄을 잇는 지경인 것이다.

대학생이라면 미국이나 서구에서는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다보니 가난의 표상처럼 되어 있지만 우리 나라 대학생은 용돈을 부모로부터 받는 사랑만큼 풍부하여 대학교 앞이 가장 호사스런 밤 풍경을 연출하는 것이다.

 

결혼식에 가 보라. 이건 더 하다.

자신이 벌어서 결혼을 한다면 아무리 일생에 한번 한다지만 어떻게 그런 호화판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겠는가. 모든 비용을 부모가 감당하니까 자식은 오직 누리기만 하면 되는 행복인 것이다. 그 뿐 아니다. 부모는 오직 사랑하기 때문에 있는 것 없는 것 모두 다 해 주고도 모자라 결혼 후에도 혹 아쉬운 것이 없는지 이것저것 챙기는 것이 바로 우리의 한국식인 것이다.

 

구닥다리 세대라며 손가락질을 하고 보수라며 머리를 내젓는 그들 신세대가 기성세대들이 고생하여 얻어놓은 과일은 탐하며 스스로 일하려 하지 않는 것은 자가당착인 것이다. 진보라고 구세대를 개혁해야한다며 고함치는 그들이라면 진정한 진보가 자립과 함께 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보스정치를 벗어나야 한다며 패거리를 만들어 스스로 그 패거리의 보스가 되려고 하는 젊은 정치인들,

생각은 자기한테 유리한 서구식으로 하면서 행동은 한국식으로 한다면 결국 정치든 사회든 되는 것이 없다는 것도 깊이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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