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로 2002년 3월 전근을 했을 때 이야기다.
가뜩이나 놀기 좋아하는데 사방에서 그저 놀아라 한다. 하루 이틀이 지나 거의 타성에 젖은 상태로 어린 학생들을 데리고 정말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다. 학습진도보다 학생들의 습관이나 성품을 고쳐주며 나무라고 칭찬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런데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학력진단고사를 치른단다. 물론 이런 시험을 잘 치러 어찌 출세해 보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만 시험범위까지 가르치기는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이때껏 놀던 것을 억지로 멈추고 수업진도를 열심히 나갔다.
그 해, 수능시험에서 재학생들의 가채점한 성적이 지난해 형편없다던 '이해찬 1세대'보다 더 낮았다. 그리고 그 까닭을 여러 가지 이유에서 끌어오려 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유는 우리가 생각지도 않은 다른 곳에 있다고 하겠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은 꼭 집어 말할 수 있다. 바로 학업에 소홀한 탓이다.
교육부에서는 학생들에게 공부하지 않아도 대학 간다고 부추겼고 거기다가 아예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 연합고사도 없애 버렸던 것이다. 정원이 모자라 떨어질 낙오자도 적고 입시부담을 줄여준다는 것이 연합고사를 없앤 이유였다. 그리고는 창의성을 중요시하고 인성교육을 시킨다고 내신으로 진학을 결정하였던 것이다.(인성교육이나 창의성은 필답고사만으로 치르는 수능시험에서는 쉽게 그 결과를 나타낼 수가 없다.)
그러나 지금 보면 정원이 모자라고 남고가 또 입시에 부담을 주고 안주고가 문제가 아니라 학업에 대한 열의 면에서 시험이 있고 없고는 천양지차를 보인다. 나태한 마음을 추수려 공부하도록 다잡는 마음의 채찍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는 성적이 더욱 나빠질 것이다. 아무런 동기도 없고 학업에 대한 의욕은 버린 지가 더더욱 오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님들 중에는 공부하지 않아도 대학 간다던 이 아무거시 교육부장관을 IMF이후 교육을 개혁한 사람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을사오적보다 나쁜 '나라교육말살의 원흉'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난 대통령과 같이 대선후보자들은 재임기간동안 교육에 전심전력을 쏟겠다고 큰소리로 표를 모으며 교육의 중요성을 들먹였다.
교육이 중요하다고 떠벌리는 짓거리를 보면 뭔가 알긴 아는 모양인데 당선만 되면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건망증에 걸리는지 욕심이 앞을 가려 실천이 안 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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