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로 하는 고스톱은 참 재미있는 놀이이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정다운 친구와 만나 화투를 치면서 이런 놀이가 없었던 과거에는 여가를 어떻게 보내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일제시대 때 처음 만들어진 화투는 지식계급을 오락에 빠지게 하여 우리 나라를 망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설(說)에 의해 지금도 화투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고 도박성 때문에 폐가망신 한다고 멀리하라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많은 사람이 즐기고 그 도박성을 약간만 배제한다면 우리 고유한 문화로 정착되리라 본다. 어차피 미국인이 즐기는 카드도 도박성이라면 화투의 고스톱보다 적지 않다. 카드 한 장 받지 않은 상태에서 배팅을 하고 시작하니 게임이 끝난 후 결산하는 고스톱이 도박성은 훨씬 더 적다.
또한 카드는 부자지간에도 빤히 얼굴을 들여다보며 서로의 배짱을 시험하는 것이 그들 나름의 문화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발전되어 가는 고스톱의 룰(Rule)을 속물들이나 하는 것처럼 매스컴에서 매도하고 외국여행을 가서 공항에서도 하느니 어쩌니 하며 동포들을 꾸짖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공항에서 하는 카드놀이는 고급스러워 보이고 우리가 하는 화투놀이는 속물로 보는 것, 그것이 사대(事大)다.
카드놀이는 그야말로 운세의 노름이고 배짱밖에 또 무엇이 있는가?
하지만 고스톱은 머리를 쓰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두뇌게임인 것이다. 만약 이것을 어릴 때부터 계속 여가마다 한다면 지능이 개발되고 수리가 뛰어날 것이다.
고스톱에는 많은 수학적 원리가 들어 있다. 열두 가지 종류의 화투가 네 가지 조합을 만들고, 마흔 여덟 장의 화투에서 상대와 내가 가진 수를 뺀 후 다시 새로운 한 장의 화투를 뒤집는 경우, 그 일어날 경우의 수와 확률. 그리고 나머지 중에서 새로운 한 장은…….
여기에다 아무리 좋은 패를 가지고도 앞날을 예상할 수 없는 한판, 기가 막히는 반전이 여러 번 대두됨으로서 고난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인생살이에 비유할 만하다.
정신과 의사의 연구결과 고스톱은 노인의 치매를 예방할 정도로 두뇌운동에 좋단다.
거기에다 아무리 입담 좋은 친구라도 최소한 화투를 치는 동안은 남을 헐뜯고 욕할 시간은 없다는 것이다.
거저 화투라는 게임에 몰두하여 즐기는 시간, 친목을 다지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도박과 오락의 경계는 무엇인가?
법원에서 정의를 내린 것을 본 적이 있다. 게임이 끝나고 마지막 헤어지면서 참가자가 한사람이라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으면 그것이 얼마짜리 판이었던 도박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긴 스포츠라는 선남선녀들이 하는 골프도 돈내기를 크게 하여 도박으로 말썽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에는 화투를 치자고 권하면 소 닭 쳐다보듯 하던 사람도 막상 자리를 함께 하면 다들 좋아하는 것을 본다.
너무 나쁘게만 보지 않으면 거저 웃으며 즐기는 게임으로 삶의 긴장을 만들고 스트레스를 푸는 한 장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오락문화는 어떤 것이든 약간의 병폐가 있기 마련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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