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꿈 과 밥 』

일흔너머 2008. 7. 23. 10:11

 

 무더운 여름밤,

호수에서 밤낚시를 하는 사람을 지나다가 지켜보면 무척 낭만적이고 시원하게 보여 직접 해보고 싶고 부럽다.

그러나 그렇게 낭만적으로 보이는 것도 자신이 직접 해보면 쉬운 일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모기는 극성을 부리고 졸음은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이와 같이 세상의 모든 일이 자기가 직접 해보면 다른 사람이 쉽게 하는 일도 보는 것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군(軍)에 있을 때 우리부대 바로 앞에 제법 큰 강이 있었는데 여름에 더우면 동료와 어울려 저녁식사 후에 멱을 감고 몸을 식혀서 잠자리에 들곤 했다.


어느 날, 강으로 가는 길가 어둠 속에서 사람이 죽은 듯이 누워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처음에는 정말이지 죽은 것으로 판단했다.

왜냐 하면 그곳에는 사람이 누워있을 정도로 잔디가 있다거나 편한 그런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름에 논 가장자리의 둑길은 경험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냥 있어도 모기가 가만 두지는 않는다. 그런 곳에서 옷이란 거지보다 더 험하고 얼굴은 금방 잠에 취했다가 깨어난 상태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꼴이었다.

 

군인의 습관으로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 사람의 대답은 기가 막혔다. 자신의 논에 물을 대고 있는 중에 피곤하여 잠이 든 것이었다. 집에 가서 주무시라고 우리는 그를 위로하며 보내려 했지만 그는 자신이 가고 나면 혹시 다른 사람이 물꼬를 터서 다른 곳으로 보낼 것을 걱정하며 한사코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밤새워 지키고 있었다.

 

그때 그 농부는 나이가 들어 조용한 시골에서 생(生)의 마지막을 반추하며 한가롭게 지나는 여유는 털끝만큼도 찾을 수 없었고 거지보다 더 추한 꼴로 오직 가족의 생존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그저 못 죽어 사는 그런 민초(民草)였다.

 

이것이 농부의 힘든 하루 하루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 들어 늙으면 시골에 가서 조용히 전원생활을 하며 말 그대로 낭만적인 그런 삶을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쩌다 한번 스쳐 지나는 시골의 한가하고 평화로운 풍경에 매료되어 속내는 모르고 하는 전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憧憬)인 것이다.

주위에서 누군가가 서울로 가서 사업을 하여 크게 성공했다고 소문이 나면 그것은 수천 명중에서 오직 한 사람이 어렵게 성공한 아름다운 전설적 이야기일 뿐이다.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란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아름다운 전설의 뒷면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성공한 사람이 성공하기까지 하루하루의 노력은 그야말로 지옥 같은 고통의 연속이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이 들고 늙으면 조용한 시골에서 농사나 지으리라 하며 남들이 하는 일이라고 밥을 구하는 세상의 일들을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 .

얼마나 세상 모든 일들이 어려웠으면『죽기도 어렵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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