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경상북도의 제일 오지(奧地)인 영양(英陽)으로 시집을 갔다. 시댁이 크게 농사를 짓는데 소를 백여 마리나 키우고 고추를 한 해에 수 만근을 생산한단다. 내가 퇴직하기 전인 지난해에는 학교 선생님들께 그 고추를 소개해 주었는데 농협에 수매하는 싼 가격에다가 사돈 얼굴을 봐서 품질을 최상급으로 해서인지 모두들 좋아했다.
그래서 올해도 아무 생각 없이 고추주문을 받는데 이상한 걸 발견했다. 우리 집에는 일년 동안 먹을 고추와 고추장을 담을 량을 합해서 대략 스무 근이 필요한데 어떤 선생님은 그 절반도 안 되는 양을 부탁하는 것이었다. 일부러 그 까닭을 묻지는 않았지만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걸 들으니 고추를 그렇게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이유가 김치를 담지 않으니 평소에 그렇게 많이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김치는 안 먹는 거야?"
하고 물으니 담아서 파는 김치를 사 먹는다는 것이었다.
누나가 멀리 독일에 계시는데 「익모초」를 구할 수 있으면 보내달라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전라도 지리산의 어느 마을에서 생산된 익모초환을 우편으로 주문을 했다. 원래 인터넷 판매를 미더워하지 않는데 공해가 없는 지리산이라서 그리고 전라도 사람들은 양심적이라서 믿고 주문을 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것을 보니 익모초나 다른 성분은 우리 나라의 것이고 감초는 중국산이라고 되어있었다. 요즘 우리 나라에서는 감초를 생산하는 양이 적어서 도저히 구할 수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담아서 파는 김치도 그렇다.
배추나 무만 들어가는 것이 김치가 아니지 않은가?
고춧가루도 들어가야 하고 젓갈도 들어가야 하고 생강, 마늘, 거기다가 조미료까지 넣는 경우도 있다. 설령 무 배추가 국산이라고 해도 마늘이나 고추를 국산으로 해서야 이익이 남겠는가? 결국 값싼 중국산을 사용하고 말 것이다. 이런 건 안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인 것이다. 특히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재료비를 절약하는 것과 인건비를 절약하는 방법 외에 또 무슨 이익을 남길 방법이 있겠는가?
나는 종종 학생들에게 라면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짜장면 한 그릇이 삼천 원이나 하는데 단돈 오백 원으로 그 짜장면의 맛을 느끼도록 하고도 이익이 남으려면 짜파게티니 하는 짜장 라면은 도대체 무슨 재료를 써야한단 말인가? 하고 말이다. 라면의 재료인 밀가루는 최하급에다 튀기는 기름은 한 때 공업용 쇠기름을 사용하여 말썽이 난적도 있지 않는가. 거기다가 양념이라며 파나 미역 같은 것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맛은 죽여주는 것이 라면이다.
어디서 그런 맛이 나는 것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맨 나중에 넣는 그 가루-조미료 덩어리다. 라면의 국물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화학 조미료 [ 글루타민산 나트륨 ] 덩어리인 것이다. 시골에서 돼지를 팔 때 한꺼번에 몸무게를 늘이는 방법으로 맹물에 그 조미료 한 봉지를 넣어 주면 배가 터지는 줄 모르고 먹어댄단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불량식품을 만들어 말썽이 나면, 먹는 음식물 가지고 장난 친 사람들을 모두 엄벌에 처하라고 난리지만 현재의 가격으로 이익을 남겨야 하는 걸 감안하면 그 개연성은 충분히 존재하는 것이다.
믿을 만한 사람한테 돈을 충분히 담아달라고 부탁해서 사 먹거나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김치는 좋은 재료로 집에서 담아 먹는 것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길이다.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솝(Esop)이야기 』 (0) | 2008.09.24 |
---|---|
『 누가 그들 회사를 망치는가? 』 (0) | 2008.09.21 |
『 정치인(政治人) 』 (0) | 2008.09.11 |
『 암만 그래도 그렇지 』 (0) | 2008.09.08 |
『 부끄러운 어른들을 용서하소서 』 (0) | 2008.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