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웃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

『팔려 가는 당나귀』

일흔너머 2008. 10. 22. 10:52

 

 

목욕탕이 2층이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위층은 남탕이고 아래층은 여탕이다. 왜 그럴까? 평소 사리에 밝은 친구에게 그 까닭을 물어 보고 뜻밖의 이유에 놀랐다. 그것은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많은 물을 쓰기 때문이란다. 만약 여탕이 위에 있으면 많은 물을 퍼 올리는 데 에너지와 경비가 더 소요된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목욕탕을 성공적으로 경영하려면 꼭 알아야하는 최소한의 상식이란다.

남탕에는 수건과 비누를 주는데 여탕에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목욕을 가야 한다. 대신에 여자요금이 남자요금보다 약간 싸다. 이것은 지금껏 불문율처럼 목욕업자들에 의해 정해지고 아무 불평 없이 그냥 잘 지켜져 왔다.

 

그러나 며칠 전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여성부에서 이의를 제기하였다. 요즘은 무서운 게 따로 없다. 여론이란 것이다. 거저 한 방향으로 냅다 몰아붙이면 아무도 막지 못한다. 마침내 목욕업 대표자를 직접 불러 남자와 여자에게 꼭 같은 조건으로 영업을 하라는 권고형식의 자리를 만들었다.

 

우스운 짓거리이다.
이것은 남녀평등의 차원에서 똑똑한 여권신장 운운하는 이들이 들고일어나야 할 일이 아니다. 남자와 같은 요금에 비누와 수건을 여자들에게도 주면 오히려 그들은 불편을 느낄 것이다. 남자들과는 달리 비누도 개인별로 다른 기능성비누를 여자들은 원한다. 어차피 여자들은 남자들이 이름도 모르는 샴푸나 린스 그리고 피부보호용의 여러 가지 목욕용품을 가지고 목욕을 간다. 때문에 남탕에서 남자들이 쓰는 그런 거친 싸구려 비누를 여자들이 불평 없이 사용할 리도 없다.

 

또 공짜로 준대도 남이 쓰던 것을 세탁기에 간단히 처리한 목욕탕의 그 지저분한 수건으로 깨끗하게 목욕한 몸을 닦고 나올 여자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일에 쫓기고 대범한 성격의 남자들은 대충 씻고 꼼꼼하고 세밀히 살피지 않으므로 수건이 더러운 줄도 모르고 바쁘게 닦고 나와 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남녀평등의 문제를 떠나 남녀의 신체적, 정신적 생활습관을 고려하여야하는 문제이다.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이들이 왜 여탕을 위층에다 정하느냐 앞으로는 아래층으로 하라고 하지 않는 것만도 목욕탕 주인에게는 다행한 일이다.
그리고 팔려 가는 당나귀처럼 그들의 닦달에 못 이겨 이렇게 저렇게 떠드는 대로 끌려 다닌다면 세상은 정말 문제다. 목욕탕의 서비스조건조차 주인 마음대로 경영하지 못하게 하면서 어떻게 시장경제에 맡긴다고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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