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실업'이란 학과목을 배웠다. 학습내용보다 가르치는 선생님이 좋아서 지금껏 기억하고 있다. 한창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때, 유도로 단련된 믿음직한 몸매로 실업선생님은 우리들의 영웅이었다. 선생님은 수업하는 중에 때때로 '사람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나름의 독특한 설득력으로 몰아 갔었다. 때문에 지금도 친구들이 만나면 종종 이야깃거리가 된다.
선생님은 일반적으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세 가지를 추구한다고 했다.
'명예'와 '권력'과 '부(富)-돈' 이다.
선생님은 이 세 가지에다 목숨마저 내 놓으면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다고 했다. 그 말의 의미를 세월이 흘러 이제야 비로소 이해가 간다.
요즈음 주위의 존경 받아야할 우리의 지도자들은 이런 구석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온 나라 국민의 실망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졸병으로 별의별 구박과 설움 속에서 군대라는 특수한 젊은 시절을 보낼 때 명예를 목숨같이 여긴다는 장교로서 한평생을 국가를 위한다고 하며 허울좋게 거들먹거린 이들이, 소위 인간출세라는 장군으로 그것도 별을 네 개씩이나 달아 대장이 되었는데 세상에서 무엇이 더 부러웠으랴? 그러나 그들은 권력의 최고봉이란 대통령도 해보아야 했고, 또 나랏돈이나 회삿돈이거나 국가를 지키기 위한 방위비거나 관계없이 무조건 모아서 자신만이 가져야하는 탐욕스런 부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런데도 뻔뻔스럽게 보통사람이라며 자신을 믿어달라고 끝까지 국민을 우롱한 것은 분명 인생을 잘못 산 것이다.
어느 듯 세월이 흘러 배우던 내가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다.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영웅은 아니라도 그 옛날의 실업선생님을 생각하며 사람이 산다는 것, 또 나도 하지 못한 일을 감히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예를 들어가며 힘주어 말한다.
그중에 ××대학교의 새박사라는 별명의 윤□□ 교수님 또 ××대학교의 옥수수박사 김□□교수님들의 예를 든다.
오직『새』만 따라 다닌다고, 또 '옥수수를 키우는 것이 무슨 대학교수인가?'라고 젊은 날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겠는가?. 그것이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명예도 권력도 돈도 되지 않는 존경받지 못할 헛일(?)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자신이 즐기는 일을 하고 자연의 섭리를 알고자하는 호기심과 보람으로 평생을 살아 왔으며,
최소한 늘그막에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번호가 적힌 푸른 죄수복을 입고 교도소로 가는 일은 없었으니 존경받지 못하는 전직 대통령보다는 분명 나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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