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을 하고 그 사랑이 식었다고 하여 이혼을 하는 쉽고 편리한 세상이 요즈음이다.
과거에는 사랑을 위하여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걸기까지 한때도 있었고, 심지어 왕좌(王座)까지도 포기하여 세계적인 사랑이라고 화제가 된 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너무 쉽게 사랑이란 말을 쓰고 있으며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여러 가지 조건이 자기와 딱 맞아떨어진다고 결혼하면서 사랑 때문에 결혼한다고 핑계 대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렇게도 어울려 보이던 선남선녀가 결혼하여 주위의 부러움을 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성격이 차이가 나서 결국 이혼한다고 하는 것을 종종 본다. 안타까우면서도 그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남남끼리 만나면 성격은 당연히 차이가 나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차이가 개성이고 그것이 강하면 강할수록 개성이 독특하고 좋은 장점이 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는 없는가?
사회일각에서 남들은 그럭저럭 가정을 꾸려가려고 애쓰는데,
"사랑 받는 아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된다"고 다른 사람들을 모아놓고 입에 침을 튀기며 떠들던 사람이 어느 날 이혼했다는 소문이 들리고, 또 건전한 가정을 꾸리려면 가족 간의 유대가 있어야하고 서로 많은 대화를 통해 자녀들의 교육을 이렇게 해야하느니 혹은 저렇게 해야하느니 하던 저명한 정신과의사가 이혼을 하였다하고, 헤어지는 안타까운 결말을 울면서 이야기하는 그 아름다운 탤런트하며......,
요즘은 사회의 근간(根幹)으로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야할 분들이 일반인들보다 더 흔하게 파탄이 나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다.
하긴 공자(孔子)도 잔소리에 피곤한 아내가 가출을 했다고 하니 수신(修身)보다 어려운 것이 제가(齊家)인 모양이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결혼하고 그들의 2세인 아기를 얻을 때가 부부관계에 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지금도 그때의 심정을 편한 마음으로는 말할 수 없다.
이 세상의 온갖 불안과 두려움을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절박한 상태에서 혼자 고통스러워하며 내 손을 잡은 아내는 내가 보는 앞에서 첫째를 낳았다. 이것이 삶이란 것이구나. 그리고 아내와 나는 이제야 정말 가족이 되는구나하고 결혼 후 처음으로 가장(家長)으로서의 책임감과 진정한 사랑, 그리고 성인으로서 희열을 느꼈다.
이런 건 우리가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神)만이 줄 수 있는 가족이란 그 어떤 질긴 인연을 말하는 것이리라.
세상의 모든 산부인과의사에게 출산 때 산모 바로 옆에 남편을 모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야 가정이 더욱 질긴 유대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경험적으로 나는 믿는다.
하기야 결혼하기 전에는 누구와도 만났다 헤어지기도하는 것이 젊은이의 자유분방함이 아니겠느냐?
지난 일들을 돌아보며 이제는 나보다 젊은이들에게 먼 남의 일 같이 이야기하지만 피끓는 젊은 날,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져 혼자 가슴앓이 한번 해보지 않고 청춘을 보낸다는 것은 얼마나 메마른 삶이겠는가? 그래서 러시아의 지성(知性) "고리끼"는 육체를 떠난 정신적인 연애(戀愛)란 쇠를 강철로 만드는 시련(試鍊)의 불이라 하지 않았던가?
청춘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짐을 두려워 말고 아프게 헤어져 혼자 울어 보아라.
세상 모두가 나를 버리고 돌아앉은 것 같은 고독과 소외감을 안고 허허로운 벌판을 한없이 헤매다가 비틀거리며 넘어지면 그때 너는 아픈 만큼 더욱 성숙해 지리라.
그러나 결혼하면 세상 무슨 일이 일어나도 가정(家庭)만은 꼭 지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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