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행복한 시절 』

일흔너머 2009. 4. 9. 08:28

 

 
2차대전 후, 엘비스 프래슬리(Elvis Presley)는 전장에서 상처투성이로 돌아온 젊은 청년들의 아픈 가슴을 보듬켜 안고 그 특유의 부드럽고 달콤한 노래로 다독여 주었다. 대중가요란 것이 첨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렇게 그 시대상을 반영하는 특징을 보인다.

 

우리의 국민가수라는 김정구씨도 후일을 알고 뭔가를 바라서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부른 것은 아니다. 일제의 강점에 의해 암울했던 그 시대가 그런 노래를 만들고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기란 그 시대에 맞는 감성을 노래로 나타내다보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대중들의 호응도를 말하는 것이다.

 

대전이 끝나고 세월이 흘러 생활의 여유를 찾게되자 솔(Soul)과 트위스트(Twist) 그리고 록(Rock) 같은 음악이 등장하게 된다. 변화 없는 생활 속에서 권태로움에 식상한 나머지 엄청나고 강렬한 비트(Bit)로 일상에 무뎌진 감성을 두드리는 것이다. 영국의 비틀즈(Beatles)는 그런 면에서 아주 자연스런 등장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나는 엘비스보다는 비틀즈의 음악을 더 많이 접하면서 청년기를 보냈다. 실제 머리도 비틀즈처럼 길게 기르고 단속하는 순경 때문에 파출소를 피해 다니기도 했다. 그때 우리나라에 등장한 가수들이 통기타를 둘러맨 '트윈 폴리오' 그리고 '신중현''송창식''같은 그런그런 가수들이었다.

 

젊은 시절은 모두가 문학청년이 되고 가수가 되어 시도 쓰고 기타도 두드리고 그러면서 정열을 불태운다. 물론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도 나는 그때의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울렁이며 생각지도 않은 감동에 묻히게 된다. 그래서 지금도 내 차의 카세트에는 그때 그들의 음악이 있고 종종 그 노래를 들으면서 옛날로 돌아온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랩이나 레게를 입 바쁘게 주워 섬기는 요즘 젊은이들이 먼 훗날 기력이 떨어졌을 때 조용히 읊조릴 수 있는 추억의 노래 한 곡도 가지지 못하고 그저 생떼를 쓰며 발버둥칠 일을 생각하면 한창때의 그 젊음을 노래 한 곡으로 고요하게 추억에 빠질 수 있는 나는 행복하다.

 

느리고 부드럽고 달콤한 노래를 함께 한 나의 젊은 시절은 그래서 진정 행복하였다고 할 수 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소리쟁이 』  (0) 2009.05.16
『 낙엽을 보며 』  (0) 2009.04.30
『 결혼기념일 』   (0) 2009.03.28
『 연을 끊는 일 』  (0) 2009.03.18
『 남들이 하는 일 』  (0) 2009.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