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통 나비로 모자이크한 대형 벽화 ]
삼도(三島)란 제주도와 마라도 그리고 우도를 합해서 하는 말인가 보다. 대구 TBC방송국에서 이 세 섬을 중심 테마로 문화 관광 여행 상품을 개발한 것 같다.
제주도 여행은 많이 했지만 마라도, 우도는 가보지 못했다. 요즘 시간 여유도 있고 아내도 환영하고 거기다가 방송국에서 주최를 한다기에 사람을 속이지 않을 것이란 기대로 참가 신청을 했다. 그런데 환율이 오르다 보니 외국으로 여행을 하던 사람들이 국내여행으로 몰려서 빈자리가 없었다. 심지어 울릉도로 나가는 배는 아예 표가 다 매진되어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여행을 좋아하는 것을 이제 알았다.
다행히 마지막 남은 빈자리 둘을 얻어 삼도(三島) 여행에 참가할 수가 있었다. 4월 19일 출발하여 21일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렇게 가물던 날씨가 우리가 제주도로 간 다음날부터 비가 오고 강풍이 불어 여행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못했다. 둘째 날 있을 예정인 마라도 배편이 모두 취소되고 심지어 비행기도 거의 결항 사태가 났다. 다행히 셋째 날 우도(牛島) 관광은 그런 대로 날씨가 도와 주어 계획된 여행이 이뤄질 수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제주도 관광을 하여 봄 가뭄이나 해소하도록 할 걸 하면서 내가 농을 하니 모두가 웃었다.
방송국에서 주최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 주선하는 여행사는 [여행박사]란 곳이었다. 어차피 대구 출발, 대구 도착인데다 국내여행이라 까짓 어느 여행사가 주선을 하든 2박 3일 동안 좋은 경험만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데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숙박이 어떻든, 식사가 어떻든, 여행 코스가 어떻든 나는 거저 즐기면 되는 것이다.
일요일 출발이라 출근을 하지 않는 아들과 며느리가 우리를 공항까지 태워다 주었다. 기분이 좋은 것은 물론 아내도 대견한 모양이었다. 거기다가 잘 다녀오라며 인사를 하면서 제주 해녀들이 파는 회라도 사 잡수시라며 건네는 용돈까지 받았으니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여행사 가이드로부터 탑승권을 받아서 가방을 부치고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의 대열 뒤에 열을 지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렇게 떠드는 학생들과 함께 인솔자로 다녔는데 벌써 일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수학여행, 얼마나 즐거운 여행인가. 거기다가 한창 젊은 나이에 모든 것이 새롭고 신비할 것이다. 비행기가 활주로로 나갈 때부터 탄성을 지르던 학생들은 막상 비행기가 땅을 박차고 이륙하는 순간에는 거의 비명에 가까운 고함소리를 질렀다. 나는 학생들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그들이 이번 여행에서 많은 걸 경험하고 즐거운 추억이 되었으면 하고 바랬다.
<첫째 날>
제주 공항을 나서자 [부민가자투어]직원이란 젊은 여자 가이드를 만날 수 있었다. 제주 토박이라 했다. 여행 중 제주 사투리라며 간간이 이것저것을 가르쳐 주었다.
[ 잉꼬와 문조는 손 위에서 도망가거나 날아가지 않고 그냥 조용히 앉아있었다. ]
첫 번째 들린 곳은 「푸시케 월드-나비 공원」이란 곳이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푸시케는 에로스의 아내로서 뜻은 영혼, 또는 나비이다. 푸시케 월드는 온통 나비로 꾸며진 이색적인 공간이었다. 그리고 살아있는 생물을 직접 체험하는 공간도 있었다. 한바퀴 둘러보니 잉꼬를 손바닥에 앉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다.
팔공산 갓바위에서 약차를 파는 아주머니가 손에 잣을 들고 휘파람을 불면서 '이쁜아'하고 부르면 손바닥에 박새가 날아왔다. 그러면 그 박새가 조그만 잣을 하나 물고 가는 것이었다. 나는 아무 것도 없이 거저 그 아주머니를 따라 '이쁜아'하고 불러 보았다. 어디에서 날아왔는지도 모르게 조그만 박새가 푸드득하고 내 손바닥에 날아 앉는 것이 아닌가.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작은 중량감, 그리고 까칠한 발톱에 잡히는 손바닥의 감촉, 형언할 수 없는 희열, 그것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그때만 생각하고 잉꼬가 내 손등에 앉았을 때 많은 기대를 했지만 사진을 찍을 때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었지만 그 자연의 희열은 없었다. 이것은 도대체 무슨 까닭인가? 인위적으로 길들인 것은 가슴을 파고드는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두 번째 들린 곳은 재래시장이었다.
말이 시장이지 둘러볼 곳은 없었다. 「보성 시장」이라고 했다. 시장 골목을 돌아 나오니 아내가 불렀다. 내가 떡집을 지나며 '이게 뭔가'하고 물었더니 아내는 그것을 사 가지고 온 것이었다. 「빙떡」, 제주에만 있는 것이라고 했다. 메밀로 얇게 전병을 부치고 거기다가 무채를 넣어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리고 둥글게 말은 것이었다. 옛날 우리가 못 살 때 먹던 음식이었다. 정말 담백한 맛이었다.
[ 빙떡-어묵 정도의 크기이며 두 개를 은박지에 얹어놓은 것, 한 개 500원임 ]
제주란 곳이 지금은 관광지로 이름이 나고 휴양지로서 잘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지만 옛날 척박한 땅에 메밀이나 고구마 같은 구황식물 외에는 농사가 안 되었던 것이다. 재래시장을 관광코스에 넣은 것은 큰 슈퍼마켙이 잘 되니 작은 구멍가게를 살리자는 의미로 관광객을 억지로라도 재래의 시장에 들리게 하여 재래시장을 살려보려는 의도가 있었다. 하지만 정말 관광객이 혹해서 필요로 하는 물건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우리는 서둘러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용두암으로 갔다.
용이 승천하는 모습이라는 설명이 없더라도 바다와 만나는 용암의 기괴한 모습은 사람들의 발을 잡을 만 했다. 그런데 용두암 주차장에는 중국 계림을 선전하는 커다란 광고판이 세워져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대만의 관광객을 중국 본토에서 유치하려는 것이 아닌가 여겨졌다. 실제로 대만과 중국 본토의 길이 열리면서 제주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전에는 대만 사람들이 제주를 거쳐 중국 여행을 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거쳐가는 관광객이 없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틈바구니에서 고생하는 것이 우리 나라구나 싶어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 하도 무궁화가 많아서 사진으로 찍어 보았습니다...!-뉴크라운 호텔]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호텔에 투숙하였다. 무궁화가 자그마치 다섯이나 되는 훌륭한 호텔이었다. 하지만 그 등급과는 달리 방음이 안 되어서 옆방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고 창문은 잘 닫히지 않았다. 전에 들은 이야기지만 호텔 등급이 높아야 오락실이나 목욕탕을 할 수 있어서 등급을 올려놓으려 한다고 했다. 부곡의 어느 호텔은 시설이 형편없는데도 등급을 무궁화 다섯으로 받아 터키탕을 허가받았다고 했다.
일정에 마라도 관광이 들어있는 내일부터 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는 예보다. 이 가물에 비가 온다니 좋아해야 하겠지만 나의 여행을 위해 내일만은 맑았으면 하는 이 간사한 마음을 돌아보며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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