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하도 예쁘고 청초해 보여 감탄한 나머지 가까이 가서 만져보고는 그것이 조화(造花)인데 실망한다. 그러나 말이 조화이지 실물보다 더 자연스러워 색깔이나 모양 그리고 꽃잎 표면에 뿌려진 물방울까지 연출하여 보는 이가 깜빡 속아넘어가게 만든다.
어릴 때, 생물표본실에 있는 박제된 새(鳥)를 보고 동그란 눈이 살아있는 것처럼 말똥말똥한 것을 신기해했다. 머리부분은 그대로 두고 몸통만 구워 먹은 줄 알았다. 그것이 구슬에 눈동자를 칠한 것이라는 것은 대학에 와서야 친구로부터 들어 알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날아갈 듯 앉아있는 것을 볼 때마다 살아 움직이는 새보다 더 새처럼 보이는 데 감탄한다.
우리 주위에는 놀랍게도 진짜보다 더 실감나는 가짜가 많다.
오래 전의 일이다.
대구광역시가 아니고 경상북도에 속해 있을 때 일어난 사건이다. 이름만 대면 엔간한 사람은 "아, 그 사건 !"하며 기억하리라본다. 경상북도의 교육위원회의 일개 주사(主事)급 정도의 직함을 가진〈허 □□사건이라 했는데 가짜교사자격증을 남발하여 문제가 된 사건이다. 그 사건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니까 굳이 상세히 말할 필요는 없다.
그때 나는 시골의 조그만 중,고 병설학교에서 과학과 수학과목을 담당했는데 동료교사가 그 사건에 연루되어 있었다.
생각다못한 교장선생님은 나를 대신 물리담당으로 한 학기만 맡아 달라고 사정했다. 그때는 젊은 패기(?)가 거의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라 겁도 없이 승낙하고 일주일간 예비군 동원훈련을 갔다. 그리고 훈련기간동안 물리참고서 하나만 들고 나름대로는 열심히 씨름했다.
그리고 돌아와서 학생들 앞에서 전장에 나가는 장군이 선동하듯 이렇게 말했다.
"진짜 물리선생님은 가시고 이제부터는 가짜 물리선생님이 여러분을 가르친다. 그러니 더욱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
말인즉 맞는 말이다. 물리학을 전공한 선생님은 가고 자격증(과학) 하나 있다고 전공이 다른 내가 맡았으니 엉뚱하지 않은가?
다행히 그 해에 나한테 배운 학생 중에서 물리과목 때문에 입시성적이 나빴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리고 그 학교에 있으면서 약 삼 년 남짓 가짜 짓을 한 것이 학생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 켕긴다.
충분히 자격고사에 통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이유 없이 떨어뜨리고는 뒷거래로 자격을 파는 그때 사건이 오늘 쓸데없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유행가처럼 워낙 가짜가 진짜를 뺨치는 요지경세상인가?
아니면 뒷골목에서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파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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