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웃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

『 소귀에 영어 읽기 』

일흔너머 2009. 6. 5. 00:26

 

 

요즘은 다들 쇠고기를 소고기라고 한다.
무슨 라면 이름이 「소고기라면」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TV에서 광고를 소고기라면,소고기라면하고 자꾸 해 대는 바람에 소의 고기라는 쇠고기보다 그냥 소고기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어느 것이 틀린 말이든 소의 고기는 한우 고기, 국내산 고기, 수입 고기 이렇게 세 종류로 나뉜다.

 

수입은 설명이 필요 없이 외국에서 키운 소를 잡아 고기를 수입한 것이다. 국내산이란 것이 애매한데 살아있는 소를 가져다 국내에서 몇 달을 키워서 잡은 것을 말한다. 말이 몇 달이지 거의 한 달 내에 잡아버린다. 사료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이다. 한우라는 것은 새끼 송아지 때부터 우리나라에서 키운 경우를 말한다. 물론 이런 경우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


아마 1978년쯤이라고 생각된다. 출근길에 만난 우리 반에서 제일 말썽꾸러기 녀석이 불쑥 한 마디 던졌다.
"선생님, 소를 키우는 데도 영어를 알아야 하겠습니다."
"그래……?"
속으로 '아침부터 이 녀석이 또 무슨 장난을 거는 거지?' 하면서 호기심을 보이는 척했다. 그랬더니 엉뚱하게 내뱉는 말이 웃겼다.
"어제 캐나다에서 수입한 소가 집에 왔는데요. '이랴'하니까 꼼짝도 안 해요. 그래서 내가 고(Go)! 하니까 가는 겁니다."
"……!"

 

세월이 한참 흘렀는데 왜 이런 일이 떠오르는가하면 어저께 대추농사를 짓는 초등학교동창을 만났는데 그 친구가 하는 말이 대추밭에 거름을 할 때 젖소 똥은 절대로 넣지 않는단다. 이게 무슨 이야긴가 싶어 까닭을 물었더니 젖소가 먹는 사료는 거의 수입사료인데 온갖 풀 씨가 섞여있어서 거름을 하면 밭에 이름 모를 외국의 풀이 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 퍼져있는 온갖 외래종의 풀들이 목재 같은 그런 수입품에 묻어 들어오는 줄 알고있던 나에게 정말 큰 충격이었다. 젖소의 사료로 들어오는 것도 문제지만 국내산 소고기로 살아있는 소를 수입할 때 그 소의 뱃속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하는 많은 외래의 풀들이 함께 수입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이런 면에서 소고기를 수입할 때 광우병만 걱정할 것이 아니었다.


원어민 교사를 채용할 때도 그렇다.

기왕에 나라의 돈을 들여 원어민 교사를 채용한다면 영어 회화 실력만으로 선발해서는 안 된다. 교육의 열정은 얼마나 있는가 또 예의는 바른가를 알아야 한다. 물론 한국을 얼마나 사랑하고 그리고 꼭 지켜야할 사항을 채용 전에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가르쳐야한다.

 

우리나라 선생님들에게는 넥타이까지 규정으로 정하면서 원어민 교사는 교실에서 운동모를 쓰고 티셔츠 바람으로 나서서야 되겠는가. 심지어 비싼 돈을 들여서 마약쟁이를 불러온다는 것은 정말 안 될 말이다.


그들에게서 말은 배우되 그들의 습관이나 행동은 배우지 마라고 평소 학생들에게 주의를 준다. 하지만 어긋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듯 학생들은 영어회화보다는 그들의 행동에 더 많은 호기심을 보인다. 운동장에서 뛰노는 학생들이 지르는 고함 소리를 들어보면 안다.
"오우 예"
"오 마이 갓"